2001년 5월,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에 심상찮은 난기류가 흐르고 있다. 햇볕정책 이후 화해 무드를 타던 한반도에 마찰과 갈등 국면이 고조되고 있는 것. 김대중 대통령이 내치는 접어두고 그래도 외치에서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낸 점은 그의 반대파에서도 수긍하는 점이었지만 최근 1~2개월 새 아예 이 얘기도 쑥들어가 꼬리를 접어버렸다. 김 대통령이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 애쓴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탄 것이 얼마 되지 않았건만 벌써 현실과는 동떨어진 까마득한 저 편의 일로 여겨진다.
미국의 일방적 대북 강경책
이 모든 일의 중심축에는 미국이 있다. 지난 29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조지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동아시아 등 대외정책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서의 패권을 염두에 둔 힘의 논리를 바탕에 깔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힘의 우위를 앞세운 일방적 강경주의와 신고립주의를 예상케 하는 미국의 태도는 동북아에 새로운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과 북한이 테러반대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할 때만 해도 분위기는 북.미 수교가 머지않은 듯 했다. 그러나 부시가 취임하면서 기존의 대북정책 재검토에 나선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지난해 6월 남북간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으로 급속히 진전됐던 남북간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으로 급속히 진전됐던 남북간의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는 미국의 대북 강경론으로 같은 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남북 장관급 회담과 적십자 회담이 무산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성사가 극히 불투명한 형편이다. 최근엔 호놀룰루에서 열리는 아시아개발은행(ADB)총회 참석을 무산시켰다. 북한은 옵서버 자격의 참석도 간청했지만 미국의 반대로 좌절됐다. 북한에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아시아개발은행 같은 국제금융기구로부터 경제개발 자금을 지원받는 것이다. DJ 정부도 북한의 제네바 핵 합의 준수, 미사일 개발과 수출 중단,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 중단 등의 조건으로 이들 국제기구에의 가입을 지원하는 쪽이 었으나 모양이 이상하게 되고 말았다. 미국이 북한을 여전히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한 것은 2일(한국시간) 발표된 부시 대통령의 미사일방어(MD)체제에 대한 기본 구상과 맥이 닿아 있다.
남.북화해 무드에 찬물
중국, 북한 등을 겨냥한 MD가 세계적 군비 경쟁과 동북아의 긴장 고조를 가져오고 한.중 관계는 물론 남북한 문제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2일 오전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MD추진에 대해 '이해한다'는 기존의 중립적 입장을 전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를 드러냈다. 김 대통령은 "현재 진행중인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가 끝나는대로 미.북 대화가 조속히 재개되기를 희망한다"고 주문한데 대해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를 조속히 완료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DJ정부의 외교역량 발휘할때
우리 정부는 '미사일 방어'와 '북미 관계'는 별개의 사안으로 분리 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다음주 한국을 방문하는 미 국무부 리처드 아미티지 부장관과 제임스 켈리 동아태 담당 차관보와의 협의 등에서 앞으로 미국이 어떤 대북정책 방향을 들고 나올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1945년 해방된 이후 6.25전쟁 참전 등 전통적인 '혈맹'의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번 MD가 미국만의 방어망이 아닌 '우방국의 방어'를 내세우고 있어 러시아, 중국 등 지정학적 관련을 가진 나라뿐 아니라 '햇볕정책'으로 화해와 협력을 지상과제로 삼고있는 북한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돼 혈맹 유지에 최대의 고비를 맞고 있다.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이라는 큰 틀속에서 DJ 정부가 외교적 역량을 발휘할 최대의 시험대가 다가오고 있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주진우, 김민석 해명 하나하나 반박…"돈에 결벽? 피식 웃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