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거의 모든 조직에는 시스템이 없다. 시스템으로 일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때운다. 개인과 개인, 조직과 조직간에 만리장성을 쌓고 콩가루식으로 일한다. 그래서 콩가루 효과만 낸다".
시스템 공학자 지만원씨는 한국사회의 총체적 난국이 시스템 부재에서 비롯됨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우리사회의 가장 훌륭한 시스템으로 은행의 '순번대기 번호표 시스템'을 지적하며 이 시스템의 등장으로 객장의 무질서가 순식간에 치료됐다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시스템이란 우리 사회를 둘러싸고 있는 법이나 제도, 관습 등이 구성원간의 이해 상충으로 일어나는 문제점을 과학적이면서 논리적으로 풀어가는 사회적 장치를 말하는데, 산업체 현장의 공정과 같은 모습이다. 하나의 제품이 만들어지기 위해 수많은 공정을 거치듯이 우리 사회도 보이지 않는 이러한 시스템에 의해 움직여야만 효율적인 사회적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스템 부재, 혼란.무질서 초래
그래서 시스템 사회는 정부와 기업, 근로자 모두가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지키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여기에는 끼어들기란 있을 수가 없다. 제품 생산과정에서 불필요한 공정을 더 만들거나 하나의 과정을 축소해도 불량품이 생산되고 만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정책도 이와 같은 공정을 거쳐야 비로소 성공을 기약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개혁은 이러한 공정이 무시됐기에 곳곳에서 저항과 비판을 받고 있다.
천문학적 규모의 공적자금이 투입돼도 경제 체질이 바뀌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러한 데 기인한다. 국민 건강증진을 위해 시행한 의약분업은 물론 현 정부 들어 단행한 각종 개혁조치들이 오히려 국민에게 불안하게 비쳐졌던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정부가 당초 의도한 대로라면 정권교체 3년이 지난 지금쯤, 경제는 최소한 희망적 수준에 도달해 있어야 하고 국민들의 일상생활도 비전 속에서 평상심을 찾는 수준은 됐어야 옳다.
위인설관.낙하산 인사 판쳐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시스템은 분명 잘못 돌아가고 있음이 틀림없는 것 같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서 그 잘못된 점을 찾아 볼 수 있다. 먼저 개혁정책의 집행에 앞서 세밀한 전략적 검토가 없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전략보다는 인기에 영합하는 즉흥적인 방식을 선택했다. 그래서 중복과 낭비로 인한 손실이 국민들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남게된 것이다. 후유증을 앓고 있는 의약분업이 대표적 사례다. 또 하나, 개혁 주체들의 전문성 결여를 들 수 있다. 이것은 현 정부의 인사정책 실패와 맞닿아 있다. 정략적 이유로 전문성은 감안 않고 배려성 인사를 남발한 탓이다. 위인설관식이나 낙하산 인사 등이 사회적 시스템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또 시장경제에 맡기겠다는 정부의 약속과는 달리 관치주의가 판을 치고 있는 것도 시스템 고장의 주요 원인이다. 현대에 대한 특혜성 시비가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공정과정에서 제자리를 지켜야 할 정부가 간섭과 끼어들기를 마구잡이 해왔다는 뜻이다.
정치가가 아닌 시스템이 사회 움직여야
지만원씨는 한마을에 두 개의 신발가게가 있던 것을 한 군데로 모았더니 한 군데서 열 켤레씩 팔리던 신발이 하루에 백 켤레씩 팔렸다고 했다. 그는 이를 시장의 시너지 효과로 풀이했다. 흩어져 있는 것을 단지 한 군데 모았을 뿐인데, 놀라운 효과가 일어난 것이다. 시장 시스템을 바꾸면서 얻어진 결과다. 우리 사회도 이처럼 시스템을 잘 유지시킨다면 지금의 국정 난맥상도 쉽게 치유가 가능하다. 위정자들이 스스로 만든 각종 제도와 정책들을 집행하면서 시스템이 아닌 온정주의나 연고주의 등에 연연할 때 우리 사회는 무질서와 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시스템 사회는 수많은 부품들이 모여 하나의 완성품이 만들어지듯 공정에 참여하는 각자가 제몫을 다할 때 그 빛을 발할 수 있다. 특히 모든 문제들이 정치논리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한국적 병폐는 완벽한 시스템 사회구축으로 해결책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사회 시스템은 대통령이 바뀌어도 흔들림 없이 우리 사회를 역동적으로 움직여 나갈 수 있는 기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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