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커스-재.보선 민주참패

입력 2001-04-27 00:00:00

4.26 기초단체장 재보선 결과는 민심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7개 지역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서울 은평구청장 등 4곳, 무소속 2곳, 자민련 1곳에서 각각 당선됨에 따라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전패라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민주당 후보가 전통적인 텃밭인 전북 군산과 임실에서조차 패배한 것은 집권당에 대한 민심 이반이 치유불능 상태로까지 치달은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았다. 즉 호남의 '공천=당선'이라는 공식이 여지없이 깨졌다는 점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민주당은 당장 이번 선거에서 극도로 악화된 민심의 현주소를 확인함으로써 향후 정국운영에 커다란 부담을 안게 됐다. 또한 '강한 여당론'으로 기치를 올려온 김중권 대표 체제도 중대한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김 대표는 27일 선거결과를 차분히 분석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면돌파 의지를 다졌다. 당내에서 일고 있는 '지도부 인책론'을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김 대표는 이날 당사에서 열린 당4역과 국회 상임위원장단 연석회의에서 "우리당 공천후보들이 당선되지 못한데 대해 큰 책임을 느끼고 안타깝다"며 "그러나 집권여당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자성의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패인을 건강보험재정 악화와 공교육 부실, 경찰의 대우차 노조원 과잉진압 등에 경제여건 악화라는 악재가 겹친 데 있다고 분석하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당이 한번더 심기일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대표의 부담은 적지 않다는 것이 당내외의 공통된 견해다. 김 대표는 "앞으로많은 악재들이 양산되고 대선에 임박하면서 야당도 공세를 강화할 것이 분명하다"며 부담감의 일단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충남 논산에서 연합공천 후보가 당선됐다는 점에 다소 안도하는 것 같다. DJP공조복원의 첫 작품으로 낸 자민련 후보가 만약 무소속이나 한나라당 후보에게 패했다면 3당 정책연합은 물론 여권 전체에 엄청난 균열을 불러왔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같은 파국은 면했다는 점에서 여권이 곤경에서 다소나마 탈출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논산시장 선거결과에 따라 여권공조를 주도하고 있는 김 대표 체제도 중대한 도전에 직면할 뻔했으나 당내 공세가 전면적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청와대는 매우 착잡한 표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참모들 사이에서는 심기일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며 무거운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견임을 전제로 "지방 재보선은 지방 재보선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부여하기 어렵다"면서도 "호남지역의 무소속 당선자 대부분이 민주당을 탈당한 사람들이란 점에서 후보를 잘 선정할 필요가 있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