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파벌에 칼댔다

입력 2001-04-25 15:30:00

일본 자민당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새 총재가 '파벌논리'로 운영돼 온 집권당 구식정치에 칼을 빼들었다.

고이즈미 총재는 25일 총재직 수행의 첫 시험대가 될 당 3역 인사에서 당내 최대파벌인 하시모토(橋本)파를 배제시킨 가운데 군소파벌에서 '인재'를 중용하는 파격을 감행했다.

집권당의 '금고'를 책임지고 있는 간사장에는 당내 계파서열 5위(19명)인 야마사키파의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전 정조회장이, 정조회장에는 계파서열 6위인 고노(河野)그룹의 아소 다로 (麻生太郞) 경제재정 담당특명상이 각각 기용된 것.

총무회장에 기용된 호리우치 미쓰오(堀內光雄) 전 통산상의 경우에도 국회의원 34명을 거느린 중간규모의 호리우치파 출신이다.

역대 총재들이 철저한 계파안배에 따라 나눠먹기 식으로 당3역을 임명하고, 특히 최대파벌에 일정한 '배려'를 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일단 고이즈미 총재의 이번 당3역 인선은 외견상 신선감을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배경은 고이즈미 총재가 사상 처음으로 당내 최대파벌의 지원을 받지 않고 총재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당3역 인선도 하시모토파로부터 '논공행상'이라는 비난을 자초할 여지를 남기고 있어 앞으로 고이즈미 총재가 하시모토파를 어떻게 끌어안고 나갈지가 새로운 숙제로 등장하게 됐다.

벌써부터 하시모토파에서는 9월로 예정된 총재선거를 벼르며 '와신상담'의 결의를 다지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당3역 인선에서 논공행상의 요소로 꼽히는 대목은 야마사키 전 정조회장의 간사장 기용으로 지적된다.

야마사키 전 정조회장은 총재경선과정에서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전 간사장과 함께 고이즈미 후보를 밀었다. 늘 경쟁관계에 있었던 차세대 주자 3인이 하시모토파 타도를 위해 처음으로 'YKK(3사람의 영문 두문자의 조합)연대'를 실현했던 셈이다.

이들 3인의 연대는 자민당 구식정치의 대항세력으로 자리매김했고, 여기에 대중적 인기가 가장 높은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의원이 가세함으로써 '당원혁명'이 실현될 수 있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군소파벌의 보스인 야마사키 전 정조회장의 간사장 중용은 선거과정의 공로를 인정한 대목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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