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만에 키드급 구축함 판매

입력 2001-04-25 15:32:00

미국이 대만에 대해 키드급 구축함 등을 판매하기로 결정, 중국이 미국에 맞서 러시아와 협력관계 재건에 나서기로 하는 등 대응조치 마련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특히 정찰기 반환협상을 앞둔 시점에서 미국의 무기판매 결정은 미-중 양국간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중국의 대응=중국은 24일 미국이 대만에 대한 무기결정방침이 발표되자 즉각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장치웨(章啓月) 외교부 대변인은 중-미 관계에 새로운 장애가 조성되지 않도록 무기 판매에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미국은 (지난 1972년, 1978년, 1982년에 서명한) 3개 중-미 공동 성명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비난했다. 장치웨 대변인은 또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는 중국의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며 중국의 국내문제들에 간섭하고 대만해협에 긴장을 조성할 것"이라 밝혔다.그러나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 이지스급 구축함 판매를 유보했다는 점에서 중국의 비난 성명은 '계산된 외교적 수사'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탕자쉬앤 외교부장은 오는 29일∼다음달 1일 러시아를 방문, 미국에 대항해 러시아와 정치협력 강화 및 군사협력 확대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느긋한 미국=미국은 이미 미 해군에서 퇴역, 자국내 방어 전략측면에서 '고물 덩어리'에 불과한 키드급 구축함을 팔아 이득을 챙기면서도 대만으로부터 정중한 감사의 인사를 받는 등 대내외적인 측면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올렸다.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결정방침과 관련, 애리 플라이셔 미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은 대만의 국방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현명하고 적절한 조치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방부도 "미국의 국내법인 대만관계법에 따라 이지스급 구축함 판매 문제를 내년에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중국의 주장을 일축하는 태도를 보였다마크 그로스먼 국무부 차관은 "양제츠 주미 중국 대사로부터 중국 정부의 공식항의를 전달받았으나 정찰기 반환 문제 등 양국이 공동 노력할 사안이 많이 있다"며 딴전을 부렸다.

미국이 이지스급 구축함 판매를 내년에 다시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중국에 대해 강온 양면의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되고 있다. 국제전문가들은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될 경우 이지스급 구축함을 판매할 수도 있는데다 앞으로 예정된 정찰기 반환협상에서도 강력히 대처할 것이란 미국의 메시지를 중국측에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부시 대통령은 대만무기판매 결정에 대한 중국의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중국에 대한 일관된 견제 메시지 전달 △미 정찰기 기체반환과 관련, 물밑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원칙 제시 △대만에 대한 방위약속 준수 △무기판매를 통한 군수분야 수익증대 △행정부.의회.군부내 지지확보 등 부수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외신종합=류승완기자 ryusw@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