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갈등 몰라요

입력 2001-04-25 12:22:00

"철 없던 나이에 시집 와 제 자식들 뒷바라지 하느라 아버님 칠순도 못챙겨 드리고, 50주년 결혼기념일마저 그냥 넘겨 가슴이 아프기만 합니다". 24일 청도군 농업기술센터 회의실에서는 55쌍의 시어머니-며느리가 자리를 함께 해 음식을 나누고 노래와 춤도 함께 하며 정을 나눴다. 혼자 사는 노인들의 며느리 역할은 군 생활개선회 회원들이 맡았다.

색색의 한복으로 차린 이들은 이날 만큼은 시어머니.며느리가 아니라 친딸.친정어머니 같았다. 며느리를 대표해 권순석(38, 매전면 덕산리)씨가 '어머님께 드리는 글'을 읽을 때는 눈물을 닦는 사람도 있었다. 다만 어렵게 살아 온 날들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이날 김순희(화양읍 유등2리), 박경화(각북면 오산2리), 김윤희(매전면 관하1리)씨 등 3명의 며느리가 효부상을 받았다. 그 중 박씨(42)는 시어머니(78)와 서로 공을 돌리기에 바빴다. "친딸 같아 못하는 말이 없지요. 시집온 뒤 단한번도 시어미 말에 '안됩니다'는 소리 한 적 없습니다". "그렇잖습니다. 시집 와 몇년만에 허리가 아파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을 때 어머님이 손수 약을 지어다 달여 주셨지요".

박씨는 3년 전에도 군청에서 효부상 대상자로 지목했으나 거절했으며, 이날도 행사 장소에 도착해서야 자신이 상을 받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효부상을 준다고 했으면 안왔을 것입니다". 너무도 당연한 일에 왜 상을 주느냐고 되물었다.

"고부가 다정하게 찍은 사진들을 참석자들에게 선물할 계획입니다". 농업기술센터 권정애 생활개선 담당이 말했다.

청도.이홍섭기자 hslee@imae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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