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테크노파크 '흔들'

입력 2001-04-24 14:38:00

대구테크노파크(대구TP)가 흔들리고 있다. 대구테크노파크 주요 참여기관인 대구시가 '기계금속연구센터'를 별도의 재단법인으로 출범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이것도 모자라 대구TP의 기존 중소기업 지원조직 마저 분리해 '기계금속연구센터'로 넘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에 대구TP가 반발하면서 대구시와 갈등을 빚고 있다. 대구TP는 경제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연구센터 설립이 설득력이 없을 뿐 아니라 모두 1천680억여원이 투입될 대구TP의 발전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는 지역 기계.금속분야의 고부가화를 위해 3년전부터 5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기계.금속연구센터' 설립을 추진했다. 그러나 산자부 산업기술심의회의 반대에 부딪혔다. 무산위기에 놓였던 '기계.금속연구센터'의 설립은 지난해 연말 지역 정치권의 노력으로 추경에 반영돼 되살아났다. 하지만 산자부는 연 30억원씩 3년간 90억원만 지원키로 결정했다. 시비 90억원을 보태더라도 설립예산은 당초 500억원에서 18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이 때문에 시가 대구TP를 제쳐놓고 '기계.금속연구센터'를 별도 재단법인으로 설립하려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설립예산이 대폭 깎인 터에 재단법인 건물 확보와 인력충원 등 고정경비에 예산을 투입하고 나면 지역 중소기업을 지원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도 "처음엔 10여명으로 연구센터를 운영할 방침"이라고 말해 지원인력 확보가 여의치 않음을 시인하고 있다. 반면 대구TP에서 중소기업 지원분야를 맡고있는 영진전문대TP의 경우 13명의 임원중 7명이 교수요원이다. 교수인력 배치는 '대학'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가능하지만 기계.금속연구센터는 교수급 연구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고 지역전문가들은 주장한다. 대구TP는 또 지난해 7월 지역 대학 및 연구기관과 협약을 체결, 2천500여종의 고급 기자재를 공동 활용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중소기업에 대해 최고 50%까지 수수료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신설된 대구TP '중소기업지원센터'는 기술개발에 애로를 겪는 지역 중소기업을 직접 찾아다니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계.금속연구센터가 출범하더라도 인력과 예산 사정상 현재 대구TP가 맡고 있는 업무를 중복 수행할 수밖에 없다. 이에 시는 대구TP의 중소기업지원센터를 기계.금속연구센터로 넘기고, 재단설립 자본금 1억원을 출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조직간 업무의 중복성과 비효율성을 자인하는 대목이다.

시 관계자는 이러한 비판에 대해 "대구TP와 대학 중심의 중소기업 지원체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와 지방정부가 나서 직접 네트워킹을 주도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역전문가들은 시의 '제 밥그릇 챙기기'로 보고있다. 지역 전문가들은 "대구TP가 뜻대로 움직이지 않자 시가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발상에서 재단법인 설립을 주도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관주도 연구지원 조직이 제기능을 한 적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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