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이 빚 도망을 부르고 주민등록 말소로 이어져, 행려자로 전락하고도 생계비조차 지원받지 못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어려운 사람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30여년 전 부인이 숨진 뒤 혼자 경산 압량면에서 20여년째 움막 생활을 하고 있는 이모(70) 할아버지 경우, 지난달 초 어렵게 주민등록을 되살리고야 월 34만원을 지원 받을 수 있게 됐다. 주민등록이 말소돼 그동안 혼자서 생활고를 감당해 오다 면사무소 사회담당자 김선혁씨가 뒤늦게 알고 호적부를 뒤져 문제를 해결한 것. 김씨는 "노숙자 상당수는 주민등록이 말소되거나 근거조차 없는 경우가 많아 정부 지원을 못받고 있다"고 했다.
경산 진량면 신제리 불교 사회복지마을 안락원에 사는 갈 곳 없는 30명도 같은 과정을 거쳤다. 10명이 보호 대상자에 해당됐지만 주민등록이 말소돼 어려움을 겪다 안락원에 들어 오고서야 해결했다. 산유화 원장 스님은 "이들 중 일부는 10만원 정도의 과태료 낼 돈이 없어 주민등록 되찾기를 포기하고 살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농촌에서는 빚 갚기를 피하려다 주민등록이 말소되는 '무적자'(無籍者)도 늘고 있다. 상주에서만 1천435명, 전국적으로는 65만여명에 이른다. 지난 2월에 이들을 위한 주민등록 재신고 기간이 설정됐지만 상주에서는 겨우 100여명, 전국적으로도 4만4천여명만 재등록 한 것으로 나타났다. 말소자들 상당수는 의료보험·은행 거래는 물론 국민 기초생활 보호대상자 등록도 불가능, 노숙자나 행려자로 전락하고 있다.
상주.박동식기자 parkds@imaeil.com
경산.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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