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우, 마늘 수입에 분노...절망대규모 반대시위, 건의문 발송

입력 2001-04-20 12:07:00

지난 10여년간 전전긍긍케 했던 농축산 시장 개방의 충격이 드디어 현실화되자 농축산인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전국 한우협회 대구.경북지회, 울산.경남지회, 전남지회 등의 축산농 1천500여명은 19일 오후 부산시 서구 암남동 국립 수의과학 검역원 부산지소 계류장 앞에서 '생우 수입 규탄 및 사육 저지 궐기대회'를 열고 "생우 수입은 수출국들의 각본에 춤추는 매국 행위"라고 규탄했다. 대구.경북지회 남호경 회장(경주)은 대회사를 통해 "수입 생우는 400㎏ 1마리에 100만원 밖에 안하는 국내산 젖소와 고기 품질이 비슷한데도 무려 160만원이나 주고 들여 오고 있다"며, "한우로 둔갑시키려는 저의가 뭐냐"고 규탄했다.

한우협회 회원 일동 명의로 된 결의문은 수입 생우를 사육하는 농가까지 "매판 자본에 동조하는 세력"이라고 규정, "명단 공개 등 엄중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수입 생우 농가에 사료를 파는 업체 및 그 고기 취급점에 대해서는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농민들은 대구.경북 23대(800여명) 등 43대의 관광버스로 집결했으며, 흥분한 농민들은 청소차 쓰레기 적재함을 쓰러뜨린 뒤 계류장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승강이를 벌였으며, 수입 소가 농가로 분양될 때는 고속도로 점거 시위를 벌이기로 결정했다. 3시간에 걸친 집회 뒤 참가자들은 수입 업체인 김해 농원식품까지 30km 구간에서 차량 시위를 벌였다.

의성지역 마늘 농민들은 추가 수입 방침에 절망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19일 마늘밭에서 만난 이진곤(64, 사곡면 오상1리)씨는 "마늘 추가수입 보도 이후 값이 더 떨어지고, 상인들마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의성농민회 김선환 회장은 "이제 죽든지 살든지 택해야 할 시점에 왔다"고 말했다.

의성읍 도동리 들녁에서 마늘밭에 물을 대던 신상익(45)씨는 "이제 물은 대서 뭣하겠느냐"고 허탈해 했다. 작년 마늘 농사로 빚을 1천만원이나 졌다는 최순애(여·43·의성읍)씨는 "올해 또 값이 폭락하면 자녀 교육 중단은 물론이고 마늘밭마저 날릴 판"이라고 했다. 농민들이 분노하자 의성지역 13개 농축협은 19일 '마늘 수입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건의문을 농림부에 발송했다.

부산.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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