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노선갈등 표면화

입력 2001-04-18 00:00:00

정치권이 이념노선 갈등에 시달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보수와 개혁 갈등으로 뒤숭숭하고 민주화 세력 연합론이 제기된 민주당은 차기 주자간 편가르기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또 개혁세력을 표방하는 여야 의원들의 연대 움직임도 점차 표면화되고 있다. 북한 정치국 후보위원 여부로 주목받는 송두율 교수의 신문칼럼 기고를 두고 여야는 색깔시비 논쟁까지 벌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아직 이념적 호-불호 선에 그치고 있는 여야 의원들의 움직임이 대선에 가까워질수록 뚜렷이 드러나 상호연대나 동맹관계를 구축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의 노선대립 현상이 저마다 차기대권을 의식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차기주자 편가르기=민주당 노무현 상임고문과 김근태 최고위원이 최근 민주화 세력 연합론을 표방하며 연대의 뜻을 비치자 이인제 최고위원은 "개혁할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면서 두 사람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서 차기주자간 신경전에 불을 붙였다. 민주화 세력 연합론은 합종연횡을 통해 후보단일화를 예고했다는 점에서 당내 대선열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여기에다 구 여권출신인 김중권 대표와 민주화 세력쪽인 한화갑 최고위원은 개혁과 보수의 중간에서 양측 모두를 아우르며 독자노선을 모색하고 있다. 김 대표와 한 위원은 모두 3당 정책연합 등 보수세력과의 연대에 적극적이면서 개혁노선에 대해서도 지지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차기주자 관리에 들어간 구 동교동계의 이념적 선택이 여권내 차기구도를 결정지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회창 총재의 보수노선을 둘러싼 보혁갈등=차기 대선후보가 이 총재로 굳어지고 있는 한나라당의 일부 비주류 중진들은 이 총재의 보수노선을 문제삼으며 보혁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박근혜.김덕룡.손학규 의원 등은 이 총재의 당 운영방식을 "제왕적"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미래연대 등 개혁성향의 당내 초.재선 의원들은 보수층에 기반을 둔 당 정체성을 문제삼으며 "보수만이 능사가 아니다"는 입장으로 이 총재를 압박하고 있다. 이부영 부총재도 진보 입장을 드러내며 당 지도부 비판에 적극적이다. 최병렬 부총재는 보수노선을 표방하면서도 이 총재 지지 여부에 대한 입장 표명은 유보, 총재 지지파인 강재섭.양정규.하순봉 부총재와는 노선을 달리하고 있다.

당내 보혁갈등에 대해 이 총재는 봉합을 서두르고 있으나 양 세력간 감정의 골이 쉽게 메워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비주류 일부에서는 "이 총재가 지도력에 한계를 드러냈다"고 꼬집기도 한다.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증폭될 조짐을 보이는 당내 이념갈등의 배후에는 차기 후보로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는 이 총재를 흔들려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경계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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