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사 중심에 언론인들이 있었다

입력 2001-04-17 14:29:00

역사의 거울에 비친 한국 언론인의 진면목은 어떤 것일까. 그들은 우리 근현대사의 질곡 속에서 정론을 위해 몸부림친 논객으로, 더러 곡필을 서슴지 않은 비틀린 세계관의 지식인으로 그 양면성을 보여주면서 풍운의 역사 무대에서 명멸해간 사람들이다.

한국외국어대 정진석 교수가 쓴 '역사와 언론인'(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은 바로 이런 정론과 곡필의 현대사를 언론인을 통해 조명한 연구서다. 원고지 2천500매에 달하는 두툼한 분량에 한국 언론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언론인들의 삶과 사상, 활동상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사료 연구와 철저한 사실 규명을 통해 우리 언론사를 재구성, 모두 3부로 나눠 수록했다.

언론인이었다고는 생각지도 않았던 근대사의 주역들의 모습을 언론 역사의 현장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특징. 한국 근현대사의 주역이었던 이들은 언론인이면서 정치인, 문인, 학자, 독립운동가, 교육자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활동한 궤적을 정리했다.

먼저 배재학당 학생신분으로 '협성회 회보'의 제작을 주도했고, 후에 '뎨국신문' 주필이 된 이승만, 관료출신으로 '황성신문' 초대 사장 남궁억, '뎨국신문' 창간과 경영을 맡았고 3.1운동 33인의 한 사람인 이종일, 정론직필의 논객 장지연, 민족사 정립과 구국언론을 지향한 신채호 등 구한말 언론인들의 궤적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언론을 경세학(經世學)의 하나로 파악한 그들의 언론관과 언론을 이용해 자신들이 추구하는 목표를 성취하려한 언론인의 모습을 조명하고 있다.

2부에는 함께 '만세보'를 창간, 신문소설과 루비활자(한자에 한글로 음을 붙이는)를 채용하는 제작방식 등 한국의 신문 제작에 중요한 기법을 도입했던 오세창과 이인직을 비롯 김성수와 송진우, 안희제와 여운형, 백낙준과 정인보 등 특별한 인연을 가졌던 인물들을 대비, 그들의 언론활동과 언론관을 살펴보고 있다.

마지막 3부는 한말에서 1970년대까지 한국의 잡지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를 담았다.

최초의 주간지 '동명'과 일간지 '시대일보'를 창간한 최남선, 월간 잡지 '삼천리'를 창간한 시인 김동환, '사상계'의 장준하를 조명하고 있다. 580쪽, 2만원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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