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주 보스턴마라톤 쾌거

입력 2001-04-17 14:39:00

이제 남은 것은 세계 기록 경신과 세계 육상선수권대회(8월)에서의 승리다. 결승선을 불과 2㎞ 남겨놓고 지난 2월 타계한 아버지를 떠올리며 이를 악물고 라스트 스퍼트를 시작한 이봉주는 결승 테이프를 끊는 순간 잠시 쏟구치는 감정을 애써 감추며 오른 주먹을 번쩍 들어 올렸다. 보스턴 하늘에 반세기만에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순간이었다.

막판 무서운 스피드로 3파전을 독주로 바꾼 이봉주는 악착같이 따라붙던 구에라와 셀렝카를 멀찌감치 따돌렸음을 확인하고는 여유있게 1위로 골인했다.

작전과 자신감의 승리였다. 레이스 초반부터 대체로 평탄한 30㎞ 지점까지 무리하지 않고 10여명의 선두그룹에 끼여 안정적인 레이스를 펼친 이봉주는 굴곡이 심한 30㎞ 지점에서 서서히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난코스가 이어지는 '심장파열 언덕(허트브레이크 힐)'인 32㎞지점에서부터 페이스를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며 상대 선수들의 진을 빼기 시작했다. 37㎞ 지점에서는 99년 보스턴마라톤에서 2위를 한 구에라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40㎞ 지점에서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70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나 광천고 1년때 육상 장거리에 입문한 이봉주는 91년 한국 마라톤의 대부 정봉수 감독의 권유로 코오롱 사단에 입단한다.

92년 1월 도쿄국제하프마라톤대회에서 한국최고기록을 수립하며 우승,서서히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이봉주는 그러나 92년 올림픽대표선발전에서 레이스 도중 넘어져 올림픽행이 좌절되는 등 시련이 거듭됐다.

이봉주의 진가는 그런 시련을 딛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달리는 것이다.

"잘 뛰게 된 것은 타고난 게 아니라 노력했기 때문"이라는 자신의 말대로 이봉주는 세계 정상을 향해 자신을 거세게 몰아 붙였다.

한때 소속팀과의 갈등으로 방황하기도 했던 이봉주는 지난해 삼성전자에 입단, 같은해 2월 도쿄마라톤에서 한국최고기록(2시간7분20초)을 다시 한번 갈아치우며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했다.

이제 이봉주에게 남은 것은 마라톤 세계기록 경신과 8월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의 우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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