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르포-품질 제자리…판매 한계

입력 2001-04-17 14:52:00

"청도 복숭아가 죽었다!" 서울 가락동시장에 출하해 본 농부들의 한결같은 깨달음이다. 맛·품질·생산량에서 '전국 최고'라는 자만심에 도취해 있는 사이 세상이 달라져 버린 것.

▨무서운 경쟁 시대=지금 전국 주요 복숭아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청도 게 아니다. 후발 생산지인 이천(경기도) 원주(강원도) 순천·화순(전남) 등이 신품종을 속속 내놓으면서 소비자를 독점하기 시작했다.

청도의 재배 면적은 전국의 18%(2천38ha, 4천373농가)에 이르러, 도 단위 2위인 충청북도 전체(2천32ha) 보다도 많다. 그러나 매출량에선 청도(2만3천901t, 244억여원)는 물론, 경북지역 전부를 다 합쳐도(7천24ha, 전국의 56.3%) 재배 면적이 그 30%도 안되는 충북보다 적다. 심각하다고 느끼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상황.

이 때문에 작년의 업무보고 때 청도 농업기술센터 채장희 소장은 "청도 복숭아의 품질이 전국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며 "이대로 간다면 청도 복숭아는 5년 내에 설땅을 잃을 것이다. 그때 가서는 틀림없이 후회 할 것이다"고 경고하기까지 했다▨재배 상황=전국 면적은 1985년 1만3천138ha에서 1993년 1만635ha로 감소됐으나 1997년부터는 오히려 회복세로 되돌아 섰다. 1999년에는 1만2천942ha로 증가한 것. 배·포도·감귤·단감 등이 보이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새로운 우량 품종이 속속 개발돼 소비가 증가한 것이 원인으로 판단되고 있다.

청도가 국내 최대 복숭아 재배 지역인 것(전국의 18%, 경북의 35%)도 여전히 변함이 없다. 경북 도내에선 그 다음이 영천(1천256ha)이고, 충북에선 음성·충주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중국이 전체의 26.4%, 미국이 10.6%, 이탈리아가 13.8%, 스페인이 7.5%를 생산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비중은 각각 1.2%. 그러나 복숭아는 가공품이 아니면 거의 수출입될 수 없을 정도로 보관성이 낮아, 생것으로 먹는 복숭아 경우 결국엔 자국내 생산품 끼리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왜 이렇게 됐나=한마디로 청도에 특징적인 품종이 없기 때문이라고 관계자들은 적시했다. 영농 방식이 그냥 그대로일 뿐, 새로운 연구 개발은 않았다는 것. 결국엔 소비자의 외면을 초래했다. 더 무서운 것은 이런 상황에서도 재배농가 대부분은 품종 개량 의지가 없고 위기의식이 부족하다는 점.

'청도 복숭아 시험장' 권태영 연구담당은 "소비자 선호는 맛 좋은 것을 찾는 품질 위주로 바뀌었는데도 농민들은 우선 경매하기 쉽도록 크고 보기좋은 것만 고집하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그는 또 청도 복숭아 중에선 7월 하순에 출하되는 조생종 '창방'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이런 품종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지탱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돌파구는 무엇인가=권씨가 제시한 방안은 품종을 바꿔야 한다는 것. △상당 기간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고 △일반적으로 출하량이 적은 시기에 수확될 수 있으며 △크기만이 아니라 단맛·향기·육질·착색도 등이 뛰어나는 외에 △품을 덜 들여도 되는 품종을 선택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이상한 낌새를 미리 알고 스스로 품종을 개량한 농민들의 성공 사례가 이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진작에 소비자 성향 변화를 읽어 미백도·신백도 등 품종으로 전환한 강창덕(60·화양읍 눌미리)씨는 '눌미 복숭아'를 개발해 전국적 명성을 얻고, 올 초에는 석탑산업훈장을 받기까지 했다. 김장수(각남면 칠성리) 김영찬(화양읍 유등2리)씨 등도 성공한 케이스로 꼽혔다.

▨청도만의 특유 품종을 개발하라=복숭아는 결실 연령이 빨라 투자 회임 기간이 짧은 특성 때문에 품종 교체가 재빨리 이뤄지는 쪽이다. 이런 특징을 감안해 청도에는 전국 유일의 전문 시험장까지 1994년에 개설됐다.

현재는 국내외 유전자원 250여종을 수집, 21조합의 교배 육종에 들어 가 특성 검정 중에 있다. 또 우량 변이를 나타낸 70여 계통을 수집해 관찰하고 있다. 최충돈 장장은 "당도 12도 이상이고 저장성 높은 우량종을 개발 중이나, 새 품종을 확정하는데는 10여년의 계속 실험과 3년여의 지역 적응시험이 필요한 것이 문제"라고 했다. 올해는 우수종으로 판단된 9품종 3천500여 그루를 시험 보급할 예정.

군 농업기술센터도 7월 중순 수확 품종 개발과 이미 품질이 인정된 신품종 확대보급에 주력하고 있다.

청도·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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