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군 석적면. 불과 4~5년 전까지만도 낙동강 자락 아늑한 농촌 모습이었던 이곳은 구미 강동시대를 실감케 하는 상징적 현장이다. '천지개벽'이 무슨 뜻인지를 되생각케 할 정도. 낙동강 서쪽 강서(江西) 시대에 맞춰 칠곡 북삼지역이 배후 주거지로 부상했던 몇년 전과는 또다른 상황이다.
◇10개월만에 인구 1만2천명 급증 = 석적면의 변화상은 인구 추이에서 금방 짐작된다. 작년 6월 겨우 4천500명 밖에 안됐던 것이 최근 10개월만에 1만6천명으로 불어난 것. 때문에 읍 승격도 시간 문제라고 주위에선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인구 급증의 스타트를 끊은 것은 구미 3공단 LG계열의 'LCD 필립스'가 2천500명 규모의 사원 기숙사를 작년 4월 완공한 것. 이어 부영임대, 우방, 동화 등 3천800여 가구분의 대규모 아파트 건립 공사가 마무리돼 공단 근로자들이 속속 입주하기 시작했다. 상가 등 개발사업이 불 붙을 것은 뻔한 일. 인구 증가를 가속화시킬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지금 상황은 어디까지가 구미(3공단) 지역이고 어디부터가 석적(칠곡)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이다. 이곳 근로자나 주민들 누구도 쉽사리 그 경계를 말하지 못한다. 그저 행정상의 도로표지판 하나만이 그 구분을 지키고 섰을 뿐이다.
특히 새로 전입 온 주민들은 자신이 구미 시민인지 칠곡 군민인지 조차도 구분치 않아 면 직원들의 또다른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그래서 면사무소는 올 초 들어 전입자들을 대상으로 '군민의식 갖기 운동'을 벌이는 한편, 토박이 면민들과의 화합을 위해 '한마음 갖기 운동'도 펴야 할 지경. 이장.통장 회의도 마을별로 돌아가며 실시, 서로를 이해하고 나아가 농촌 일손 지원, 내고장 농산물 팔아 주기 등도 가능토록 조율해 나가고 있다.
◇즐거운 풍경들 = 인구가 갑자기 폭증하자 면 직원들은 요즘 눈 코 뜰 새 없다. 인구 변동은 아랑곳 없이 직원은 15명 그대로이기 때문. 게다가 최근엔 출산 휴가 및 격무로 인한 감기.몸살 휴가 때문에실제 근무자는 고작 10여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전출입 민원 외에도 산불 예방활동에다 구제역 방지 활동, 사업체 조사, 민방위 교육 소집 등 업무까지 맡느라 파김치 상태이다.
이런 상황은 학교도 마찬가지. 중리 장곡초교의 경우는 상징적이다. 이 학교는 1999년까지만 해도 폐교토록 방침이 정해져 주민들이 도교육청까지 몰려 가 폐교 반대 시위를 벌여야 했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전체 재학생이래야 겨우 31명에 불과했기 때문.
그러나 지금은 학생 수가 703명으로 급증했다. 요즘도 전입학이 계속되고 있다. 당국은 없애려던 학교에서 교실 신축과 운동장 증설 등 공사를 벌이느라 허둥대야 했다. 그 덕분에 지금은 학교 시설도 컴퓨터실.과학실.어학실.미술실.음악실 등을 갖췄고, 시설도 최신 것으로 꾸며졌다. 도서실 하나 없던 얼마 전과 비교하면 놀라운 변화.
"기존 학부모들과 전입생 학부모들이 지난 여름방학 때 운동장에 모여 밤늦도록 체육대회와 노래자랑 대회를 여는 등 학교를 통해주민화합이 이뤄지고 있어 기쁩니다". 신태식 교장은 갑자기 닥친 변화에 놀라와 했다. 학교측도 컴퓨터실.어학실 등을 학부모들에게 개방, 요즘엔 40여명의 어머니들이 인터넷 등 강좌에 나와 열심히 공부하고있다.
폐교반대 운동을 벌였던 전우길(52.중기업)씨의 감회는 특히 남달랐다. "요즘은 학교 앞을 지날 때 마다 너무도 달라진 모습에 어깨가 저절로 으쓱해져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 없습니다". 인접 신곡리 이상욱(53) 이장은 "몇 안되는 학부모들이 학교를 살리겠노라고 밤낮 뛰어 다니던 것이 엊그제 같다"고 했다.
◇개발 상황 = 석적면 일대에선 중리 지구가 이미 개발돼 있고, 남율리가 곧 토지정리를 할 예정. 중리는 작년에 25만평 크기의 토지 구획정리 사업이 마무리 된 상태이고, 인접 남율리는 사업자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9천여평의 택지를 멀잖아 개발할 예정이다. 이런 기반 조성이 마무리되면 또다시 3천100 가구 1만600명 정도의 인구가 더 늘어날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이에 발맞춰 칠곡군청은 이곳을 구미 인근의 독립된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희열 도시과장은 "석적면에선 도로망.공원.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구축에 주로 투자해 왔다"며, "아직은 주민 편의시설이 부족하지만 투자에 박차를 가해 발전을 앞당기겠다"고 했다. 김경포 면장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면소재지 개발, 낙동강 둔치 휴식공간 마련 등도 시급하다"고 했다.
칠곡.장영화기자 yhj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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