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삼성SDI 증여세 과세

입력 2001-04-17 00:00:00

삼성SDS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 이재용씨 등 이건희 회장의 자녀와 임원들에게 넘긴 것에 대해 국세청이 증여세를 과세키로 결정한 것은 인터넷상에서 이뤄진 장외가격을 시가로 인정, 과세근거로 삼았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이 지난해 2월 참여연대의 탈세고발 이후 상당한 시간을 고민해온 것도 인터넷상의 거래를 시가로 인정할 수 있느냐 여부에 대해 명확히 결론을 내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삼성SDS는 지난해 2월 BW 321만7천주, 230억원 어치를 발행해 SK증권과 삼성증권을 통해 이재용씨 등 이건희 회장의 네 자녀와 이학수씨 등 구조조정본부 임원 2명에게 주당 7천517원에 넘겼다.

그러나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BW 인수가격이 발행당시 장외시장 거래가격에 비해 현저하게 낮고 삼성 SDS의 수익전망이 매우 유망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고려해 주당 1만4천536원이 적정한 BW 행사가격이라고 판단, 부당내부거래로 적발했었다.지난해 4월 국세청에 탈세제보를 한 참여연대는 인터넷상에서 이뤄진 거래가격 등을 근거로 삼성SDS의 시가를 5만8천500원으로 계산해 이들이 납부해야 할 증여세 총액이 718억원, 자진신고기한을 넘김으로써 물어야 하는 가산세까지 포함할 경우 934억원의 증여세를 내야한다고 주장했다.

공정위에 이어 탈세조사에 나선 국세청은 이에 따라 인수가액의 적정성을 판단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해 3월 법인세 신고시 삼성측으로부터 주식변동상황 자료를 넘겨받은 국세청이 전산입력과 분석이 끝난 10월부터 사실상 조사에 착수, 지난 11일 과세결정을 통보하기까지 길게는 1년이상 시간을 끈 것은 증여의제로 볼 수 있는지 관건이 될 인수가액의 적정성을 두고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수가격이 시가에 비해 현저히 낮다면 증여의제로 볼 수 있지만 시가 입증은 국세청의 몫이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비상장주식의 거래는 공개된 시장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개인간의 음성거래로 이뤄지기 때문에 시가를 확인하는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인터넷을 통한 거래가 호가만으로 끝났을 가능성도 있는 데다가 의도적인 저가거래 등 가격왜곡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세청은 시가 판단을 위해 내외부 전문가의 조력을 받은 것은 물론 수차례 법령심사위원회를 열어 토의를 했다.

국세청의 과세결정은 결국 장외시장에서 거래가 많이 이뤄지고 수렴되는 가격이 나타났을 경우 그 가격이 대표성이 있는 것으로 봤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래당사자들의 거래상황을 금융조사를 통해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을 병행했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국세청은 지난 11일 지금까지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결정사실을 통보하고 이의신청이 있는지 확인작업을 거쳐 최종 과세통보를 하게된다.

삼성의 대응이 현 단계에서 주목거리지만 국세청의 이번 결정은 단시일내에 엄청난 부를 쌓은 재벌2세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하는데는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경영일선 참여를 선언한 이재용씨는 단돈 44억원으로 3년만에 수조원대의부를 획득했다는 주장이 정치권 등에서 제기되면서 탈세여부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이 증폭돼왔다.

국세청의 이번 결정은 신종금융상품에 편승, 부의 변칙이전을 시도했거나 하려는 재벌들에 일대 경종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부의 세습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마련이 라는 과제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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