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박근혜 회동

입력 2001-04-14 00:00:00

박근혜 한나라당 부총재가 13일 상도동 자택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을 방문, 오찬을 같이 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과거 근대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으며 김 전 대통령이 박 부총재의 후원회에 축전을 보낸데 대한 답례차원에서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김 전 대통령은 "내가 바른말을 하면 '독설'이라고 한다"며 불만을 토로하자 박 부총재도 "(야당에서) 바른말 하면 비주류로 분류된다"고 거들었다. 그러자 김 전 대통령은 "40년 가까이 야당을 했지만 야당이 강해지려면 비주류가 강해야 한다"고 화답했고 "나는 비주류에게 공천권과 당직 등을 40~50% 인정해 줬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의 대변인격인 박종웅 의원은 "야당총재가 비주류를 무시해서는 안되며 정치인은 기본적으로 예의와 신의가 있어야 한다는 김 전 대통령의 말에 박 부총재도 공감하는 쪽이었다"고 전했다.

박 부총재는 또 "대통령 되신 분들은 누구나 나라를 위해 애쓰는 마음은 같다"며 "(선친에 대해) 잘 이해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목적은 같으나 뜻대로 안되는 일이 많고 또 시행착오나 잘못도 있게 마련 아니냐"며 "나라가 어려울 때 힘을 합치자"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은 야당 총재시절 청와대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가졌던 추억담을 꺼내 분위기를 더했다.

회동후 박 부총재는 "김 전 대통령이 '다음 대선은 어느 대선보다 중요하며, 국민의 신뢰가 있는 사람이 당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또 "김 전 대통령이 '이달초 대구에 갔더니 많은 사람들이 차기 대선에 관심이 높더라'고 했다"면서 "영남후보론에 대해서도 구체적 언급은 없었지만 공감하는 쪽이었다"고 밝혔다박 부총재는 "개헌 얘기는 있었으나 한나라당 비주류 얘기를 하는 과정에서 잠깐 언급했을 뿐 구체적으로 거론치 않았고 대신 국정난맥상에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고 말했다.

또 "다시 만날 기회가 오면 언제든지 만나겠다"며 "앞으로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도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79년 박 전 대통령의 장례식 이후 22년만에 이뤄졌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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