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부족으로 쇠퇴하는 감포항

입력 2001-04-12 12:18:00

감포에 다시 제한급수가 시작됐다. 11일 밤 11시부터 하루 6시간씩 물 공급이 끊기기 시작한 것. 조그만 봄가뭄에 또 물이 말라 붙었기 때문이다. 감포의 물 부족은 해마다 되풀이 되면서 매년 6개월 이상을 괴롭힌다. 그러나 해결 기미는 흐리다.

감포의 쇠락은 1937년 동시에 읍으로 승격했던 인천과 비교하면 극명해진다. 인천은 시가 됐다가 광역시로까지 승격했지만, 감포의 인구는 그 64년 동안 오히려 절반으로 줄었다. 지금은 겨우 9천500여명. 읍이라고 말하기도 힘든 작은 어촌이 돼 버렸다.

이런 지역 쇠락도 물 부족 때문에 초래됐다고 주민들은 주장했다. 태수바위에서 흘러 내리는 복류수여서 취수원 수량이 근본적으로 부족한 실정. 조광조(60.감포리)씨는 "멸치 잡이로 유명했던 어업전진 기지가 식수난까지 겹쳐자 어민들이 떠나 쇠락했다"고 했다.

최순덕(55.주부.전촌리)씨는 "식수만 해결되면 감포 인구가 느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전성기이던 1950년대 말을 떠올리는 주민들은 안타까움으로 발을 굴렀다. "멸치·오징어·꽁치가 유명해 일본 어민들까지 모여들면서 흥청거렸지요". 장춘식(63.감포리)씨는 "교통이 불편해 육지의 낙도라고 불리기는 했지만 어황은 늘 좋아 사람들로 붐볐다"고 기억했다. 박종호(62) 전 경주수협장은 "당시 감포항은 경주와 버금가게 유명한 곳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국가 경제가 공업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항구를 떠나는 인구가 늘기 시작했다. 엎친데 덮쳐 흉어까지 계속됐다. 그 결과 시가지는 지금도 일제 때 읍승격 당시나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중심가 도로 확장도 질질 끌고만 있다. 생활오수가 그대로 항구로 흘러 온통 악취 투성이. 횟집들은 방파제 바깥까지 나가 바닷물을 길러 써야 하는 것이 지금의 모습이다. 수려한 해안선이 18km나 돼 관광지로의 개발 잠재력도 다양하지만 이것 역시 식수 부족 때문에 투자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식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5억원을 들여 감포댐을 만들겠다고 설계까지 해 놓고도 건교부는 투자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고만 있다고 주민들은 주장했다. 이에 경주시가 월성원전 특별자금 45억원을 댐 건설에 들이려 최근 주민들과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기도 했으나, 돈이 너무 많이 든다며 확정은 미루고 있다. 항구 오염을 해결할 하수처리장이 내년 8월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것만이 그나마 다행이라 할까.

임동철 경주수협장은 "정부가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지원을 서둘러야 하고, 경주시도 경주∼감포 사이 4차로 확장 및 관광단지 연계 개발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풍치(58.오류3리)씨는 "댐 건설은 중앙정부가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경주.박준현기자 jh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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