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1년…지역정치 현주소

입력 2001-04-12 00:00:00

13일로 4·13 총선이 1주년을 맞는다. 대구(11). 경북(16) 27개 선거구를 비롯해 영남권 64개(전체 65개중) 선거구의 한나라당 '싹쓸이'라는 결과를 낳았던 지난 16대 총선은 그 결과만큼이나 지역 여야 정치인들에게 부침을 안겼다.

당시 대구·경북의 대표적 중진인사들은 한나라당 돌풍을 업은 무명 신예에 패배한 후 정치 전면에서 급속히 사라지는 운명을 맞았으며 한나라당은 명실상부하게 지역 대표적 정치세력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지난 총선은 지역정치권에 또다른 고민을 안기는 계기가 됐다. TK 대표 정치인의 몰락으로 구심점이 급속히 와해됐다. 물론 지역 정치권의 세대교체라는 순기능적 역할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중앙정치권에서 지역 정치권의 입김은 급속히 약화됐고 아직까지 4·13 총선 이전의 위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들어 TK 정치권이 다시 각광을 받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16대 대선을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대구·경북의 민심을 놓고 새롭게 각축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권에서 지역출신인 김중권 대표가 새로 부각되면서 그 열기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사실상 야당 대선후보 자리를 확보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아성으로만 여겼던 TK가 결코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는 위기감을 표시하고 있고 그만큼 한나라당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모래알' 같던 지역 야권이 '이대로는 안된다'며 단결을 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아깝게 패배한 민주당 김중권 대표는 12일 지난 총선 결과에 대해 "여권 전체에서 지역과 주민의 의사를 대변할 사람이 한 사람도 뽑히지 않았다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예산편성에서도 여당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데 실리가 전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여권내에서 자신이 '영남후보론'의 대표주자로 부상한데 대해 강한 자신감을 갖는 듯 했다. 그는 "집권당 대표로서 당·정간은 물론 정치권을 주도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를 놓고 대권행보로 보는 것을 일단 부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권에 관한한 신중한 자세를 보였던 그가 속내의 일단을 내비친 것이다.

민국당 김윤환 대표 역시 한나라당 공천탈락과 총선패배에 대해 "지역을 대표해 20년간 정치를 해온 사람을 탈락시킨데 대해 (지역에서)후회하지 않겠느냐"면서 여3당 정책연합을 통한 자신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는 "어느 정당도 독자적 후보로는 (대선에서)안되기 때문에 공동으로 후보를 내기 위해 정책연합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동서화합과 국민통합을 이루려면 영남후보를 안내고 되겠느냐"며 "다음에는 '영남대통령 정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만섭 국회의장도 지역 정치권이 부상할 수 있는 계기로 영남출신 후보에 기대를 거는 것 같다. 그는 "지금 대선을 운운할 때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유권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영남출신이 유리한 것 아니냐"며 "그러나 지역이 우선이 아니라 인물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에서도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 등을 앞두고 중진들의 움직임이 서서히 빨라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대부분 TK 정치적 구심은 차기 대선과정에서 형성될 것으로 확신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이회창 총재 외에 대안이 없다는 '대안부재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부총재는 생각이 다소 다른 것 같다. 우선 TK 정치적 구심과 관련해 "각자가 국회의원으로서 사심없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지 (구심점이)인위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국민을 상대로한 정치에 무게를 두었다.

그는 또 "지역을 위해 정치인들이 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는 자연스럽게 한마음으로 노력하면 된다"면서 "특정지역의 지도자나 계파를 만드는 것은 부작용이 많기 때문에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못박았다.

최근 이 총재가 TK지역에 관심도를 높이는 것에 맞춰 강재섭 부총재의 발걸음도 부쩍 빨라지고 있다. 강 부총재는 최근 이 총재 지원에 팔을 걷어부친 것 같다. 그는 "나도 꿈이 있지만 개성을 살리다 보면 텃밭이 TK인 한나라당은 망한다"며 "살신성인하는 자세로 이번에는 (이 총재를) 밀고 기회가 있으면 나도 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 총재에게 아첨을 하기는 싫다"면서 "충고할 것은 충고하고 시정할 것은 시정하도록 해 득표가 잘 되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해봉 대구시지부장은 "지난 총선결과는 정권의 독선과 독재를 저지하려는 대구지역의 성향이 야당을 지원하는 형태로 표출된 것"이라며 "향후 대구·경북의 정치적 구심점은 차기 대권 준비과정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재 TK에서도 대권주자를 내자는 말이 많지만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TK에 대권 주자로 나설만한 사람이 없는 것은 시민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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