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사기범 설친다

입력 2001-04-11 14:57:00

공짜 여행이나 취업 알선을 얘기하며 여권 발급까지 대행해 주겠다고 할 때는 절대 믿지 말라! 남의 여권을 대신 발급 받은 뒤 외국에 팔아 넘기는 '여권 사기'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경북경찰청이 최근 2년간 이런 혐의로 붙잡은 범죄자는 모두 11명에 이른다.

11일 경북경찰청이 구속 영장을 신청하거나 입건한 '일가족 사기단'이 대표적 사례. 딸과 조카는 피해자를 물색하고, 아버지는 이를 중국에 내다 판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설모(27.경주)씨 경우, 작년 10월 과거 직장동료로 모 여행사 지점에 근무하는 배모(29.경주)씨가 권하는 바람에 여권 발급 서류를 건네줬다가 당했다.

배씨는 "신혼여행 때 필요할테니 여권을 무료로 만들어 주겠다"며 접근했으나, 사흘 뒤 대구시청에서 여권을 발급 받은 뒤 곧바로 삼촌(46.경주)을 통해 중국 연길에서 2천 위엔(26만원)에 팔아 넘겼다.

김모(20).최모(21)씨 등 여성 2명은 친구인 배모(20.경주)양에게 여권을 넘겨 줬다가 작년 9월 같은 경우를 당했다. 배양은 "필리핀으로 여행 가자"며 접근했으며, 아버지(46)를 통해 같은 값에 중국에 팔았다. 배양의 아버지는 작년 7월부터 중국을 오가며 '보따리 무역업'을 해 온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들 가족 사기단 중 조카는 모두 3차례에 걸쳐 65매의 여권을 중국에 팔아 1천600만원 상당을 챙겼고, 아버지(배씨의 삼촌)는 15매를 팔아 390만원을 챙긴 것으로 경찰은 판단했다. 딸 배양은 입건됐다.

이렇게 팔린 여권은 위조돼 유럽으로 진출하려는 중국인 등에게 넘겨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인은 비자 없이도 유럽에 갈 수 있어 이를 이용한다는 것. 프랑스 경찰은 이런 점을 중시, 최근 일제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중국에 가면 돈을 주겠다고 속여 건설 노동자 4명에게 여권을 발급받게 한 뒤 이를 받아 중국에 팔았던 정모(54.부산) 이모(37.대구 대명동)씨가 포항 남부경찰서에 붙잡혔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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