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보고-지방 선거운동 벌써 한창

입력 2001-04-10 14:07:00

사전 선거운동은 여러가지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본인들은 부인하기도 하지만 어느모로 보나 선거운동임이 의심할 여지 없는 움직임들이 많고, 일부는 아예 드러내 놓고 자신의 이름을 신문에 소개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까지 있다. 지난 설에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마을 회관들을 돌며 얼굴을 알리느라 '봉투'를 돌린 경우도 있다.

◇얼굴 내밀기

처음 출마하려는 사람들은 우선 얼굴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 중에는 마을들을 순회하면서 빈손으로 가기가 편찮아 조그만 선물이나 봉투를 준비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달리 현직 시장.군수는 얼굴 '내밀기'를 근래 활동의 주종으로 삼는 느낌까지 주고 있다. 여러가지 행사가 있으니 자연스러울 수도 있기 때문. 영향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삼기도 한다.

ㄱ군수는 올들어 각종 모임에 참석해 자신의 업적을 소개하고 식사까지 제공하다가 사전 선거운동 시비를 빚어 군의회 의장에 의해 폭행까지 당하는 일을 초래했다. ㅇ군수는 간담회 명목으로 읍면을 순시하면서 공무원들에게 식사를 제공해 사전 선거운동이라는 의혹을 샀다.

공무원이나 유지가 아닌 일반 주민들과 접촉하려는 시도도 곳곳에서 눈에 띄고 있다. 군수가 강사로 나서는 '아카데미'라는 이름의 한 지역 교양 프로그램에는 농사철임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들이 주민 참여를 독려해 원성을 샀다. 그의 강력한 라이벌로 생각되고 있는 경북도의회 유력 인사는 그에 맞서 그동안 하지 않던 의정보고서 배포를 통해 주민들과 접촉하고 있다.

목적이 있다 보니 사소한 남의 모임에까지 출마 예상자들이 참석하는 일이 다반사로 진행되고 있다. 일반 모임 계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눔으로써 눈도장을 찍어 두겠다는 계산으로 판단되고 있다. ㅂ군수 경우 하루 10회 이상 주민들과 만나느라 200km이상의 강행군을 하고 있다.

◇선거 대비한 공무원 배치

현직 시장.군수들은 측근인 공무원이나 관변단체 간부들을 취약한 지역.단체에 포진시켜, 앞날에 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곳곳서 받고 있다. 동시에 그동안 인사에서 홀대 당한 공무원을 챙김으로써 '반군'을 줄이고 자기 편을 늘리려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주위에서는 보고 있다.

ㅈ군수 경우 1942년생들이 명예퇴직을 거부하며 반발하자 나머지 직원들의 인사까지 늦추면서 무마하려 애썼다. ㄱ시장은 정관까지 개정해 가며 최근 여성단체 회장에 특정 인물을 뽑음으로써 말썽에 휘말렸다.

본인이 아예 뛰어든 경우도 있다. 승진 자리까지 고사하고 고향으로 부임한 한 부군수는 군수 출마를 노린 것 아니냐는 관심을 사고 있다.

그는 부임 후 줄곧 노인복지 등을 집중적으로 챙겨, 혹시 도지사 선거 때문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있다.

ㄱ군수는 승진.보직 인사를 하면서 과장급 일부를 출신지 면장으로 발령, 취약지를 배려한 것이라는 평을 들었다. 수뢰 혐의로 기소돼 있는 ㅅ군수는 대기발령 공무원들에게 다시 자리를 둬 '껴안기'로 주목됐다. 그는 상표가 되다시피 했던 직설적인 언사도 최근에는 극히 자제하고 있다.

ㅂ군수는 "내 봉급과 수당 등을 모두 불우시설 운영비로 쓰겠다"며 통장을 별도 관리하는 '시위'를 벌이면서, 공금인 판공비로 공무원 및 가족의 생일.결혼기념일 등에 케익을 선물하고 있다.

◇자리 빈 지역선 더 치열

수뢰사건 등으로 현직 단체장이 문제돼 있는 지역에선 선거 운동이 아예 노골적이다. 출마 선언까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것.

ㄱ군수가 구속된 군의 경우, 지난 3일 있었던 농협 경매집하장 개장식에 출마 예상자들이 나란히 참석해 농산물을 시가의 2배 이상을 주고 경쟁적으로 사는 등 주민들에게 얼굴 알리기를 본격화했다.

ㅈ군수가 최근 중형을 구형 받자 해당 군에서는 출마 희망자가 급증했다. 당초에는 4∼5명이 거론됐으나 저울질 하던 사람까지 가세해 지금은 8∼9명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ㅊ군수가 구속된 군에서는 올 10월쯤 조기 보궐선거까지 치를 가능성이 제기되자 선관위가 감시에 나서서, 부조금 등 5건의 행위에 대해 주의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ㅅ군수가 기소된 군에서도 술렁임이 훨씬 짙어졌다.

◇조직 결성 및 개인사무소 개설

선거때 많이 활용되는 대표적 조직은 종친회나 동문회. 그러면서 사조직을 가동하기도 하고, 일반 단체의 회장직 등을 이용하기도 하고 있다.

ㅇ군 출마가 예상되는 ㄱ도의원은 지난 3일 한 협회장에 취임하면서 도의원들을 초청, 세를 과시했다. 경쟁자가 될지도 모를 ㅈ씨는 체육 동호회와 퇴직공무원 모임을 챙기고 있다. 또다른 ㅇ군 출마예상자 ㄱ씨는 문중과 고교 동문회, 공직 시절 가깝던 공무원 등과 접촉하고 있고, 경쟁 관계로 알려지고 있는 ㄴ씨는 한 단체의 회장을 맡으며 임원을 대폭 갈았다. 이 단체는 읍.면 단위에까지 조직을 갖고 있다.

ㅇ시장 출마 예상자인 ㅇ씨도 한 체육 협회장을 맡았으며, 다른 지역의 ㅂ.ㅊ.ㄱ씨 등은 각각 개인 사무실을 열었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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