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사면초가

입력 2001-04-10 12:25:00

경찰의 의약계 비리수사 착수, 보험공단의 수진자조회 전면 확대, 국세청의 병의원에 대한 표준소득률 인상 등 의료계에 대한 전례없는 전방위 압박이 가해지면서 의사들이 사면초가에 빠지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대정부 투쟁을 재개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개원의들은 정부의 초강경 대응에 뾰족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의료계에 대한 경찰의 특별 기획수사가 지난 2일부터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지자 개원의들은 "이번에 적발되면 일벌백계 차원에서 처벌받을 것이 분명하다"며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경찰의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 의사들은 경찰의 '의약계 비리 척결을 위한 특별단속계획'이라는 문건을 입수, 의사들만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하는 등 정보를 교환하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진료내역 통보 대상이 이달부터 진료받은 전체 가구로 확대되자 개원의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 중구 내과 개원의 ㄱ씨(40)는 "요즘은 환자가 많이 와도 과다 청구 혐의를 받을까봐 반갑지가 않다"며 "불안감때문에 제대로 진료할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특히 치과 개원의들은 전면적인 수진자 조회로 관행적으로 해오던 이중 청구가 드러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대구 북구의 치과 개원의 ㄴ씨(44)는 "충치치료를 할때 비보험으로 치료하고 환자에게 일반 진료비를 받고, 보험공단에 다시 치료비를 청구 했는데, 보험공단이 예고도 없이 수진자 조회를 확대하는 바람에 밤잠까지 설치고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이 다음달 종합소득세 신고를 앞두고 내과 소아과 등의 표준소득률을 최고 15%까지 인상한데 대해서도 의사들은 "정부가 의대교수들을 리베이트 수수를 문제삼아 공격한데 이어 이번에는 세무강화를 내세워 개원의들의 목을 조이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대구 달서구 소아과 개원의 ㄷ씨(39)는 "예전에는 실제보다 부풀려진 영수증을 제약회사로부터 받아 비용으로 처리, 세금의 일부를 줄였는데 의약분업으로 이것도 불가능해져 지난해보다 25%정도 더 세금을 더 낼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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