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비도 지방대 홀대

입력 2001-04-09 14:00:00

지역 대학이 정말 무능해서 그런가, 아니면 지역을 차별해서 빚어진 결과인가? 정부가 대규모 자금이 지원되는 대형 프로젝트는 서울지역 대학들로 몰아 주면서, 대구권 대학 중에선 유일하게 경북대에 겨우 1건만 넘겨줬다. 정부 스스로 경북대를 '지방대학 최고'라고 평가했지만, 타지역 대학들은 더 많은 프로젝트를 받았다.

각 건당 15억원(5년간)이 지원되는 '국가지정 연구실 사업'의 경우 지난해까지 2년간 지정 건수는 서울대 41건, 과학기술원 36건에 경북대 1건으로 나타났다. 영남대.계명대 등은 한건도 없는 반면 전북대 2건, 조선대 2건, 전남대 1건 등이었다.

이 사업은 과학기술 평가원이 국가 차원의 핵심 기술을 육성한다며 1999년에 시작했으며, 올해 총 지원액은 1천17억원이다.

3차연도인 올해 신규 신청 1차 심사에서도 서울대 39건, 기타 수도권 대학 합계 53건(전국 35개대 150건) 등이 통과됐으나 경북대는 1건에 불과했고, 영남대.계명대 등은 1건도 없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과학재단이 소액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지방대 중심의 '우수과학자 지원 연구사업'에선 올해 경북대가 28건을 차지해 전국 최다를 차지했다. 이 사업의 지원규모는 건당 연간 2천만원, 3년 동안 최다 6천만원에 불과하다. 매년 3억원씩 받으면서 국가적 핵심기술을 개발할 인재는 없지만 2천만원씩 나눠 줄 우수과학자는 많다고 정부가 판정한 셈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자 지역 대학들은 심사 기준을 보다 객관화하고 특정 대학 집중 지원 의혹을 해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역내 한 대학 관계자는 "5쪽 남짓한 제안서를 보고 국가 핵심기술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무리"라며, "핵심기술에 대한 정책 방향도 없이 즉흥적으로 선정한다는 불만이 교수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윤영탁 의원실 관계자도 "국가지정 연구실 관련 설문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심사위원에 특정대 출신이 많다는 등의 이의가 이미 제기돼 있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연구 지원이 부족하자 지역대학 교수들은 기업체.관공서 등의 연구 프로젝트에 의존하고 있으나 이마저 경기침체 탓에 크게 줄어든 상태이다.

영남대 이광식 교수(전자정보공학부)는 "2천만원은 교수 개인의 연구비 밖에 안된다"며, "지역대학 소외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학부 및 대학원생들과 팀을 구성해 특정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