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차, 對北사업 거부는 당연

입력 2001-04-09 14:30:00

현대차는 정부가 권유한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승계를 강력하게 거부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도 국민경제를 위해서도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라고 본다. 다만 지금 국민의 정부가 자랑으로 내세우고 있는 햇볕정책에 그림자를 드리우게 된다는 것은 유감이다.

그러나 일단은 우리 기업이 살아나야 하는 것이 먼저다. 왜냐하면 그래야 우리경제도 살아날 수 있고, 햇볕정책도 지속될 수 있으며 그 결과 우리가 바라는 통일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명분이나 정치적 실적을 고려하여 무리하게 햇볕정책을 강행한다면 경제는 무너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된다면 오히려 통일은 더욱 멀어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모든 분야에서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경제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치경제에서 민간 자율경제로 바꾸는 것이다. 이번의 경우 정부가 어느 정도의 강도(强度)를 가지고 권유했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미뤄 짐작컨데 관치경제 형태였다고 보여진다. 왜냐하면 현대차 그룹의 반발이 "현대차 그룹의 대북사업 승계 움직임에 대해서는 사운(社運)을 걸고 대응하겠다"는 정도로 강력했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의 진입과 퇴출은 자유로워야 되며 그 결정은 전적으로 기업의 자율과 시장에 맡겨져야 하는 것이다. 만약 정부가 정치적 고려에서 강권을 했다면 이는 분명 잘못된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현대그룹은 무리한 대북사업으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경험이 있지 않은가. 여기다 또다시 현대차그룹까지 끼워 넣으면 우리경제는 정말 위기를 맞을 지도 모른다. 대북사업은 대통령이 예상한 것처럼 중동특수와 맞먹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자동차업계는 세계적인 과당경쟁으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몰려있다. 앞으로 6, 7개의 메이저업체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위기론에 휩싸여 있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마땅히 현대차그룹이 대북사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려해도 이를 말려야 한다. 일부 언론의 보도만으로도 이미 주가가 내리는 등 시장은 분명 대북사업을 기피하라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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