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왜곡해도 일본제품은 좋아

입력 2001-04-09 12:18:00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해 일본제품 불매운동 등이 필요하다는 반일 감정이 고조되고 있으나 일본 제품의 인기는 숙지지 않고 있다.

8일 오후 대구지역 최대 전자제품상가 밀집지역인 중구 교동시장. 카메라, 비디오, TV, 카셋트, 전기밥솥 등 유명전자제품은 물론 헤어드라이기, 면도기 등 전자소품까지 일제가 진열대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한 가게에서 이날 오후 3시부터 한 시간동안 팔린 전자제품은 미니카셋트, 이어폰, 소형녹음기 등 5개, 모두 일제였다.

한 상인은 "우리제품은 갖다놔도 잘 팔리지 않는다"며 "일본제품은 인기가 많아 선주문까지 받을 정도이고, 특히 젊은이들이 일제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한국담배인삼공사 대구지사에 따르면 '마일드 세븐' 등 일본담배는 월 1천100여상자가 팔려 미국 '필립모리스'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시장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대구지사 관계자는 "젊은 층이 '한국사람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졌다'고 일부러 일제담배를 찾는다"며 "한국사람 입맛에 맞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치원, 초등학생사이에선 완구, 오락기, 팬시용품 등 일제 캐릭터 상품, 만화비디오 등이 없으면 왕따를 당할 정도.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는 포켓몬스터에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디지몬', '부르부르 독' 등의 완구, '헬로키티'류의 팬시제품들이 빼곡히 차 있었다.

대백프라자에선 일제 디지몬이 전체 완구매출의 10%이상을 차지하며 단일제품중 최고 매출을 기록하고 있고, 헬로키티류의 팬시제품도 판매점유율이 20%정도로 외국제품중 가장 인기다.

5살짜리 아들을 둔 주부 한모(33.대구시 남구 봉덕동)씨는 "포켓몬스터, 란마1/2 등 일본만화의 주제가까지 따라하며 떼를 쓰는 통에 하는 수 없이 비디오를 보여주고 있다"며 "그러나 어린 나이부터 일본문화에 젖어 들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젊은이들사이에는 '일본따라하기' 열풍까지 불고 있다.

동성로의 한 미용실 업주는 "일본잡지에 나온 모델들의 헤어스타일을 가리키며 색깔에서 스타일까지 똑같이 해달라고 주문하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신세대들은 군복풍의 '밀리터리룩', 정비사마크가 찍힌 '엔지니어룩'등 일본에서 한때 유행한 것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

대구 흥사단 최현복 사무처장은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해 일부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일본제품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특히 젊은이와 어린이를 중심으로 한 일본제품 선호현상은 부지불식간에 의식이 일본화되는 등 폐해가 많은 만큼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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