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지.서적판매원 선물안기며 계약

입력 2001-04-07 00:00:00

동심을 볼모로 한 어른들의 그릇된 상행위가 학교주변은 물론 학내에서까지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학습지 외판원, 서적 판매원, 학원 직원 등이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각종 선물을 나눠주며 유혹, 주소.전화번호 등을 알아낸 뒤 서적이나 학습지 등을 사실상 강매하고 있는 것이다.

주부 박모(35.대구시 서구 평리동)씨는 지난달 구입신청을 하지 않은 ㅍ학습지가 집으로 배달된 사실을 알았다. 박씨는 학습지를 보낸 회사에 전화를 걸어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신청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

박씨는 "학습지 판매원들이 하교길 아이들을 상대로 선물을 주며 전화번호 등 학습지 신청서류 작성에 필요한 자료를 모두 알아냈다는 사실을 아이로부터 들었다"며 "소비자연맹에 호소, 겨우 환불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4일 낮 12시30분쯤 대구시 북구 ㅌ초등학교 앞. 학습지회사, 학원 직원 등 5명이 교문주변에 진을 치고 어린이들을 상대로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일본만화가 그려진 공책, 지우개, 연필, 인형, 풍선 등을 나눠주며 "전화번호만 가르쳐 주면 선물을 그냥 주겠다"고 떠들어대고 있었다.

선물에 혹한 아이들은 이들이 시키는 대로 전화번호는 물론, 주소.부모 이름.학교.학년.반까지 또박또박 불러주고 있었다. 어린이들은 전화번호 등을 가르쳐준 댓가로 선물을 가득 받은 뒤 집을 향했다.

같은 날 오후 서구 한 초등학교 앞. 하교길의 승미(11)는 지난 달 말 겪은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다. 학교 앞에서 아저씨들이 준 선물을 한아름 안고 집에 들어갔다가 불과 며칠 뒤 난데없이 위인전집을 받았다는 것. 가격은 60여만원. 승미는 지로용지를 받아든 엄마에게 자초지종을 말했다가 심한 꾸중을 들었다고 말했다. 승미는 "아저씨들이 이것저것 꼬치꼬치 질문하며 놔주지 않아 무서웠다"며 "수업시간 중에도 아저씨들이 들어와 위인전을 파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 날 ㅍ초교 앞에서 자녀들의 마중을 나왔던 이 동네 성모(39.여)씨는 "학교 밖은 물론 학교 수업시간에도 아이들을 상대로 한 상행위가 이뤄진다는 딸아이의 말을 듣고 놀랐다"며 "요즘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모르는 아저씨한테 절대 전화번호와 주소를 알려주지 말라는 것이 인사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대구소비자연맹 정경혜 상담실장은 "최근들어 어린이들이 직접 계약했다며 환불을 요청하는 부모들의 상담이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배나 늘어났다"며 "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전화번호나 주소 등을 낯선 사람에게 가르쳐 주지 말라고 철저히 교육시켜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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