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미움받는 까치

입력 2001-04-06 14: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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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는 우리 민족과 오랜 연(緣)을 갖고 있다.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오고, 설날 새벽에 까치 소리를 들으면 그 해는 운수대통한다고 믿었다. 칠월 칠석은 견우와 직녀가 까마귀와 까치가 은하수에 놓은 오작교(烏鵲橋)를 건너 만나는 날이라 여겼다. 조선시대 구렁이로부터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선비를 구하기 위해 목숨까지 던진 보은의 설화도 있으며, 우리의 민화속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길조이기도 하였다.

요즈음 까치가 천덕꾸러기 노릇을 하고 있다. 전신주의 까치집이 정전사고의 원인이 되면서 한전이 까치와의 전쟁을 선언하였고, 언제부터인가 봄철만 되면 한전직원들은 까치 때문에 홍역을 치르며, 금년에도 지난 3월초부터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까치가 둥지를 만들기 위해 젖은 나뭇가지, 철사 등을 운반하다가 전선을 건드리거나 부리로 전선을 쪼아 정전사고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한전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까치집으로 인한 정전건수가 400여 건에 달하였다.

뿐만 아니라 가을 수확기에는 까치들이 사과, 배 등 과일들을 쪼아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다. 특히 까치는 잘 익고 맛있는 과일만을 골라 부리로 콕콕 찍어 과수농가의 피해를 더욱 크게 한다. 까치의 서식밀도가 높아지면서 까치로 인한 농작물 피해와 정전사고로 인한 피해가 늘자 정부는 까치를 유해조수(有害鳥獸)로 분류하여 까치를 포획할 수 있도록 법으로 허용하였다.

우리의 선조들은 까치를 사랑하고 까치를 함부로 잡지 못하도록 하였고 가을 추수시 감을 딸 때도 까치밥이라 하여 나무 끝에 몇 개를 남겨두곤 하였다. 세상인심이 각박해지고 이해타산에 젖으면서 우리의 사랑스런 길조가 미움받는 까치로 되어버렸다. 그러나 까치를 유해조수로 몰아 마구잡이로 포획하는 것도 문제이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생태계의 원리이고 보면 밉다고 포획하거나 내쫓기만 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서식처를 마련해주고 자연이 다함께 사는 생태학적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환경부 공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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