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르포-손놓은 홍역 예방

입력 2001-04-06 00:00:00

"목이 부어 올라 아이들이 밥도 제대로 못먹고 보리차만 마셔 기력이 탈진한 상태입니다. 기침 때문에 너무 고통스러워 합니다". 영천 창구동 박창현(39) 주부는 지난 달부터 아이들 뒷바라지에 정신 없는 시간을 보냈다.

지난달 21일 중앙초교 6년생인 둘째딸 수진(12)이가 밤새 고열에 시달리고 심하게 기침 해 병원을 찾았다가 홍역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수진이 증세가 조금 숙질만하자 지난달 31일엔 맏딸 수민(13·여중1년) 셋째 수미(초교 3년) 막내 종원(초교 2년) 등 나머지 3남매가 동시에 또 홍역을 시작했다. 수진이는 "2주만인 지난 2일 처음 학교에 갔으나 선생님이 되돌려 보냈다"며 "6일 다시 등교할 예정이지만 그동안 수업을 못받아 걱정"이라고 했다.

영천고 2년 이상욱(17)군은 2박3일 수학여행을 다녀온 뒤 홍역에 걸려 지난 4일 영남대 영천병원에 입원했다. 이군은 홍역 증세 친구가 한 학급에 3, 4명씩이나 된다고 했다. 영천 동부동의 권순희(29) 주부는 생후 8개월된 아기가 밤새 보채 같은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그러나 "얼마 전 보건소에 갔으나 생후 12개월이 지나지 않았다며 예방접종을 해주지 않았다"며, "일주일 이상 입원해야 할 실정"이라고 했다.

군위초교 6년 이미경(13)양은 지난 4일부터 등교 않고 집에서 격리 치료받고 있었다. 군위 의흥면 연계리 박세붕(39)씨는 "고2년생 딸이 홍역에 걸려 큰 걱정"이라고 했다.

경산의 하양초교에선 지난달 19일부터 홍역 증상의 환자가 발생하기 시작, 지난 4일까지 62명으로 늘었고, 치료 중인 학생은 16명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5, 6학년들이다. 학교측은 아픈 학생의 집에 통신문을 보내 등교를 정지시키지만 그래도 환자는 매일 5, 6명씩이나 늘어나 당혹스럽다고 했다.

하양 무학고 박명옥 양호교사는 "지난달 8일 환자가 처음 나타나 등교 정지시킨 뒤 병원측의 '전염력 없음' 확인서를 가져 온 학생에 한해 재등교를 허락하고 있지만 환자는 자꾸 증가, 4일 현재 19명이 결석하고 있다"고 했다.

상주에서도 홍역이 발생했지만 지금은 조금씩 숙지고 있는 단계라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상산초교·성신여중·화동중·상주중 등 6개 초중학교에서 35명이 홍역 증세를 보였으며, 상산초교생 20명은 사흘간 결석한 뒤 나아 등교를 재개했다. 현재는 15명이 등교 중지 상태.

◇전문가의 말=군위군 의사회 김병곤 회장(내과)은 "최근 발병자들은 취학 전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학생들"이라며, 그러나 "비정형적 환자가 특히 많아 폐렴·기관지염 등 합병증이 우려된다"고 했다.

영남대 영천병원 임근희 소아과 전문의는 "지난달 중순부터 홍역환자가 부쩍 늘었고, 요즘은 하루 평균 10여명이 병원을 찾으며 그 중 3, 4명이 입원하고 있다"고 했다. 또 "정부에서 2차 백신을 공급한다는 5월까지 기다리지 말고, 백신이 남아있는 병의원을 찾아 예방 접종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권했다.

하양초교 최은숙 양호교사는 "집단 접종이 여의찮아 학생들에게 개별 접종을 권하고 있지만 백신이 없다"며, "지금으로서는 격리 및 보건교육 말고는 별달리 손 쓸 방법이 없다"고 했다. 군위초교 조영애(39) 양호교사는 "유사환자와 증상이 가벼운 경우가 많아 격리 시기를 놓칠 위험도 있다"고 우려했다. 상주 보건소 역학조사 요원 채인숙(48)씨는 "유사해 보이는 환자들은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고, 학원·오락실·도서관 등 사람 많은 공간에는 가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영천보건소 박도현 예방계장은 "다음달 14일부터 6월1일까지 지역의 1만3천명에게 2차 접종을 할 예정이어서 이번 한달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했다.

◇경북도내 홍역 상황=올들어 지난 3월 말까지 경북 도내 발생 홍역 환자는 506명인 것으로 행정관서에서는 집계해 놓고 있다. 연초엔 포항시가 90명으로 제일 많았으나 3월 이후엔 거의 숙지고 있다. 경산(71명) 군위(50명)도 많은 편. 경북도 보건위생과 김태웅 과장은 "홍역은 4∼6년만에 주기적으로 많이 발생하고 올해가 그에 해당돼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가장 심한 곳은 영천이다. 경산의 중고교로 통학하는 학생들에게서 처음 발병, 지난달 이후 시 전역으로 확산돼 4일 현재까지 발병자가 50명에 이르고 있다. 이달 들어서도 매일 10여명씩 발병하고 있다. 경산·군위에서도 개학 후인 지난달에만 각각 28명과 30명이 발병했다.

전국적으로는 최근까지 서울 3천262명, 전남 1천307명, 인천 1천120명 등 올해만 1만2천591명의 환자가 생겼다.

경북도는 지난달 17일까지 초교 취학전 아동 3만6천682명을 예방 접종한데 이어, 5월21일부터 6월15일까지 초중교생 및 고 1년생 등 31만5천248명에게 일제 접종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천·서종일기자 jiseo@imaeil.com

군위·정창구기자 jcg@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