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대륙을 달린다(14)

입력 2001-04-04 14:37:00

◈철의 실크로드 답사기-중국 횡단철도-단동(1)

시베리아횡단철도(TSR.Trans Siberian Railway)를 답사한 '철의 실크로드' 특별취재팀 1진에 이어 특별취재팀 2진이 중국과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의 관문 터키까지 1만여㎞ 대장정에 오른다. 취재팀은 우선 북한 신의주와 마주한 중국 단둥(丹東)을 시발점으로 베이징(北京) 등을 거쳐 중국횡단철도(TCR.Trans China Railway)의 종착지인 아라산코우까지 4천여㎞ 대륙을 횡단한다. 중국에선 경쟁관계에 있는 시베리아횡단철도에 대응하기 위한 그들의 전략을 들어보고, 중국정부가 국운을 걸고 추진중인 서부대륙 개발현장의 생생한 모습도 전할 계획이다.

이어 취재팀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그리고 그루지아 등 CIS 국가들을 차례로 방문하게 된다. 카자흐스탄은 한반도의 12배에 달하는 광활한 땅에 석유 등 막대한 양의 지하자원을 보유한 자원의 보고로 경의선이 TCR을 타고 유럽으로 간다면 반드시 거쳐야 할 교통요충지다.

우즈베키스탄에선 철도시설 뿐만 아니라 과거 스탈린에 의해 강제이주된 고려인의 한맺힌 삶을 되돌아 보고, 사마르칸트 아프라시아브 고분벽화에 그려져 있는 고구려 사신의 그림도 살펴볼 예정이다. 특히 이번 취재를 통해 분쟁지역으로만 알려진 아제르바이잔과 그루지아의 현지 상황을 그대로 알리고,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과연 이곳을 거쳐 유럽까지 갈 수 있는지 집중점검할 생각이다. 취재팀은 터키의 이스탄불을 종착지로 29박30일에 걸친 '철의 실크로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1만여㎞ 대장정의 첫 기착지인 중국 단둥에 도착한 것은 오후 3시께였다. 마천루가 하늘을 찌르는 상하이(上海)를 거쳐간 때문일까, 단둥은 중국의 여느 변경도시처럼 조용히 다가왔다. 무채색 건물과 무표정한 행인들의 모습은 이곳이 과연 '철의 실크로드' 요충지일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했다.

인구 248만명의 단둥은 중국에서 제일 큰 변경도시이자 동북아 경제권의 중심지로 최근 경의선 복원과 관련해 주목을 받고 있다.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평양과 신의주를 내쳐달려 중국(TCR)으로 간다면 이곳은 대륙의 관문으로 물류기지가 될 수밖에 없다. 단둥시가 경의선 복원에 거는 기대는 상당하다.

바다로 흘러가던 한국 화물이 대거 몰리면 통관수수료, 보관료 등으로 직접 수익을 챙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 단둥은 경의선 복원 이전부터 이미 중국 동북아의 교통 요충지였다. 심양과 단둥을 잇는 심단선, 단둥과 대련을 잇는 단대선 등 모두 38개의 철도노선이 대륙 각지를 연결하고 있다. 또 평양까지 220㎞, 서울까지 420㎞, 부산까지 871.5㎞ 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CIS국가들을 통하면 폴란드까지 갈 수 있는 지리적 여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일본과 한반도를 해저터널로 연결, 영국까지 이어지는 소위 '21세기 위대한 창조'로 불리는 국제대통로에 있어 베이징까지 850㎞ 철도가 계획돼 있다. 철도 뿐만 아니라 도로도 3천484㎞가 요녕성과 길림성, 흑룡강성, 하북성 등을 거미줄처럼 잇고 있다. 이를 발판삼아 단둥은 경의선 복원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우선 기존의 압록강 철교(중조우의교.상자기사 참조)가 일제시대때 건설된 것으로 시설이 낡았고, 그나마 단선이라 많은 양의 화물을 소화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중시, 철교를 완전개수해 복선화시키고 그 하류에 자동차 전용 교량을 새로 건립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단둥시 대외경제무역위원회 주임겸 단둥시진출구집단 총경리 젱 렌타오씨는 "철교복선화 등 사업과 관련, 북한과 논의중인데 비용은 중국과 북한이 각각 8:2나 7:3의 비율로 분담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둥시는 압록강철교의 복선화와 함께 단둥변경경제합작구내 보세저장창고가공구(10.4㎢)에 금융무역센터, 오피스텔 등을 건설해 운송과 상업무역 및 관광기능까지 겸비한 종합물류기지로 단둥을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또 기존의 단둥항에 1만t급 부두를 건설, 경의선이 미처 소화해 낼 수 없는 잉여물량까지 흡수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단둥을 잇는 국제 항공노선도 개설해 줄 것을 중앙정부에 신청해둔 상태다. 단둥이 이처럼 경의선 복원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데는 현재 북한과의 교역수준이 바닥이라는 사실도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즉 국경을 접하고 있는 북한이 경제교역국으로서의 매력을 거의 갖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의선 복원이 한국과 육로로 직접 교역할 수 있는 토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단둥시 대외경제무역위원회에 따르면 단둥시의 대북한 교역액은 연 3억~4억달러로 오래전부터 증감이 없는 상태다. 단둥은 북한으로부터 주로 수산물을 수입하고 생필품을 팔고 있다.

매일 오후 3~4시면 압록강을 내다보는 단둥세관옆 도로에는 북한으로 들어가려는 트럭들이 줄지어 선다. 취재팀이 찾았을 때에도, 평북 14―594호 등 북한 번호판을 단 트럭 10여대가 눈에 띄었다. 신의주에서 왔다는 30대 초반의 북한 운전기사는 "일주일에 두세차례씩 오가는데 돌아갈때는 거의 빈차"라고 전했다.

글:김기진기자 사진:김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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