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밀로셰비치 UN에 신병인도 거부 일관

입력 2001-04-02 14:16:00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연방 전 대통령이 27시간에 걸 친 경찰과의 대치 끝에 1일 새벽(현지시간) 세르비아 경찰에 투항, 체포됐다. 유고당국은 밀로셰비치 처리를 놓고 국내법에 의한 처벌을 추진중인 반면 미국과 유럽, 국제사회 여론은 전범재판소 회부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지난 20세기 말 저질러진 최악의 반인륜적 범죄 '인종청소'에 대한 말로셰비치의 개입혐의가 밝혀지고 그에대한 역사적 단죄는 과연 이뤄질 것인가?

◇검거과정= 체포 직전 밀로셰비치의 자택에서는 5발의 총성이 들렸으며, 총성 직후 밀로셰비치를 태운 차 1대를 포함해 지프와 리무진 5대가 급히 자택을 빠져 나오는 장면이 목격됐다. 그러나 왜 총격사건이 일어났는지, 부상자가 있는지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밀로셰비치의 측근 보좌관은 밀로셰비치가 법절차에 따르기로 하고 자발적으로 항복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31일 미하일로프 세르비아 내무부 장관은 또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한 2차례의 시도를 군부가 '방해'했으며 유고 육군은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 세력에 복종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고정부의 입장=유고 정부는 31일 밀로셰비치를 전범으로 국제재판소에 넘기지는 않을 것이며 국내법에 의해 사법처리될 것이라 밝혔다. 밀로셰비치의 체포는 지난 10여년간 내전과 독재정치로 얼룩진 과거사에 대한 청산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유고 대통령은 밀로셰비치에 대한 처벌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으며 최근까지도 국제전범재판소에 대한 밀로셰비치 신병 인도를 거부하는 태도를 견지해왔다.

◇밀로셰비치 혐의=밀로셰비치는 유엔이 기소한 전쟁범죄 등 네 가지 죄목과 별도로 △금 밀반출 △재산은닉 △ 정적 암살 미수 △유괴△ 선거 부정 등 다섯 가지에 대해 유고검찰이 혐의를 두고 있다.

유고 검찰은 밀로셰비치가 권좌에서 밀려나던 작년 9월에서 11월 사이 측근들을 시켜 173㎏의 금을 스위스로 가져가는 등 27억파운드(5조2천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으며, 99년 유력한 야당 지도자인 부크 드라스코비치를 암살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밀로셰비치가 구유고국제전범재판소(ICTY)에 회부될 경우 99년 코소보에서 알바니아계 '인종청소'사건을 위시한 3건의 인권범죄 등에 대한 재판을 받게된다.

전쟁법규 위반 건은 군과 경찰이 99년 3월 25일 벨리카 크루사 계곡에서 소년들을 포함한 105명의 코소보계 알바니아인 남자들을 학살하고 사체를 은닉한 사건에 관한 것이다.

◇유럽.미국 입장과 향후전망=미국과 EU(유럽연합)는 밀로셰비치를 유엔 국제전범재판소에 회부,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전범으로서 처리할 것을 유고측에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유럽은 밀로셰비치 체포가 지난 10여년간 발칸에서 발생했던 전쟁과 수많은 죽음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열쇠이며 그의 전범재판 회부는 유고가 유럽사회의 주류로 복귀하기 위해 거쳐야 할 필수적인 단계라고 보고 있다. 또 미국이 유고에 대한 경제지원의 조건으로 밀로셰비치에 대한 사법처리를 요구하는 등 국제사회의 압력이 계속되고 국내적으로도 이 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분열이 심화됨에 따라 코슈투니차 유고 대통령이 결단에 따라 향후 사태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외신종합=류승완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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