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의 친구상(像)은 한국영화와 외국여화에서 아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한국 영화 '친구'에서 친구관계는 상당히 한국적으로 그려진다. 이웃끼리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도 짐짓 모른체 하고 앞차가 끼어들면 참지 못하는 강팍한 세태가 '친구'간의 각박함에도 투영된다.
동수(장동건)가 수없이 배를 흉기로 찔리면서 "많이 묵었다아이가…고마해라"하는 장면은 인상적인만큼 싸늘한 우정을 엿본다.
'선물'에서 정연(이영애)의 초등학교 단짝으로 이젠 붕어빵을 굽고 있는 신세인 친구도 정연이 불치병에 걸려 죽음이 임박한 상태란 소식을 전해 듣고는 "친구도 잘돼서 만나야 반갑다"며 '현실적' 이유를 들며 냉정함을 보인다.
'비천무'도 여자때문에 우정을 배신한다. 준광(정진영)과 설리(김희선)가 마지막으로 대화하는 장면. 친구 진하(신현준)와의 우정까지 버리며 사랑했던 여자의 본심을 확인하고 그녀를 떠나 보낸다.
'박하사탕'에서도 김영호(설경구)의 초등학교 친구들은 그를 제대로 보듬어 주지 못한 채 죽음의 길을 방치했다.
근래 국내 영화에서 좋은 우정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국외에서는 여전히 친구의 가치를 믿는 쪽이다. 아호(주윤발)와 소마(적룡)가 죽음의 우정으로 연대하며 아호의 동생 아제(장국영)를 구출하는 홍콩 영화 '영웅본색'은 그래서 대박을 터뜨리며 속편에 속편이 이어 나왔다.
여자친구간의 우정과 인생행로를 그린 영화 델마(수잔 서랜든)와 루이스(지나 데이비스)도 델마는 어릴때 성폭행당한 친구 루이스가 인생의 새로운 선택(결국은 자동차로 동반자살)을 할 수 있도록 서로 힘이 되어 준다. 50대의 차를 훔쳐 건네줘야 동생이 살 수 있는 '식스티 세컨즈'의 주인공 니콜라스 케이지의 동업자들도 깊은 신뢰와 우정으로 뭉쳐진 것으로 그려져 있다.
배홍락기자 bhr22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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