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운 비정규직 근로자

입력 2001-03-28 16:23:00

극심한 취업난으로 신규 대졸자 등 구직자들이 상대적으로 취업이 용이한 비정규직에 몰리고 있지만 퇴직금은커녕 고용, 산재 등 4대 사회보험조차 적용받지 못하는 등 '인권사각지대'에 처해 있다.

특히 건설일용직과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 경기장 보조원 등 특수고용형태의 근로자들은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워 업체측의 부당한 대우를 감수하고 있는 형편이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초등학생용 학습지 가정방문교사로 일하고 있는 조모(30.대구시 수성구 황금동)씨. 각종 사회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퇴직금이라야 월 1만원씩 떼서 회사에 적립하는 것이 고작이다. 조씨는 "자격증, 전공을 따지지 않아 학습지교사로 몰리고 있지만 근무조건은 열악하기 그지없다"고 지적했다.

보험설계사로 2년째 일하고 있는 여모(37.여.대구시 남구 봉덕동)씨는 신규 보험가입 1건당 15만~20만원의 수당을 24개월로 나눠서 받고 있다. 회사측은 허위 보험가입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중도에 일을 그만두면 나머지 수당은 받지 못한다. 여씨는 "보험설계사는 신규입고객 할당량 등 과중한 근무조건때문에 이직이 많은데도 불구, 퇴직시 나머지 수당을 주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푸념했다.

골프 경기 보조원 이모(28.여.서구 평리동)씨는 2주전 손님이 잘못 휘두른 골프채에 어깨를 맞았지만 회사측은 오히려 보조원의 부주의 때문이라며 한푼의 치료비도 주지 않았다. 이씨는 외상이 없다는 이유로 진단서도 끊지 못한 채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5년 42%에 불과하던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율이 지난해 3월 현재 52.6%로 급격히 늘어났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최근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은 월 평균 75만원으로 정규직 근로자 154만원의 절반에 못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비정규직의 23.9%만이 퇴직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정규직의 88.7%에 비해 저조하다.

전국 여성노조 박남희 국장은 "전체 여성 취업자들의 70%가량이 비정규직이며 각종 복지 혜택은 고사하고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며 "정부에 이들에 대한 보호 법규마련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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