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역사왜곡 반성 촉구

입력 2001-03-28 00:00:00

서울대 이기준(李基俊) 총장과 도쿄대 하스미시게히코(蓮實重彦) 총장은 28일 역사교과서 문제 등 일본의 과거사 왜곡문제를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진심어린 반성을 촉구했다.

서울대 이 총장은 이날 오전 일본 도쿄시내 국제포럼 강당에서 열린 도쿄대 졸업식 축사에서 "양국(한·일)간 불행했던 시대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토대로 한 극복의지가 있을 때에만 신뢰성 있는 참된 이해가 이뤄질 것"이라며 최근 또다시 불거진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를 비판했다.

이 총장은 "인류의 역사에서 편견에 의한 판단과 신념이 몰고 온 불행한 역사적 오점들을 짚어내기는 크게 어렵지 않다"면서 "타인과 주변국가를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마음이 결여된 행동이 그 이웃에게 얼마나 위해(危害)할 수 있는가는 한일 근현대사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양국이 불행했던 과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편견없는 상호이해와 배려를 통한 상생(相生), 즉 협력과 공존의 덕목을 강조한 뒤 "역사는 잊혀질 수는 있어도 지워질 수는 없는 것"이라고 일본의 진정한 반성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도쿄대 하스미총장도 졸업식사를 통해 "20세기의 일본에는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의 자유와 인권을 36년에 걸쳐 유린한, 어떤 견지에서 봐도 도저히 정당화하기 어려운 과거가 있다"며 일본내에서 왜곡된 역사를 주장하는 이들을 비판했다.

그는 "우연한 사태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스스로 필연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자세속에서 살아있는 윤리가 형성되는 것"이라면서 "그러한 윤리에 걸맞게 우리 자신(현대 일본인)에게는 우연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의 과거 잘못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풍요로운 미래를 공유해야 하는 귀중한 이웃나라 중 하나인 대한민국에 대해 역사적인 기억을 왜곡하는 것으로 스스로의 과거를 정당화하려 한다면 작은 자기만족은 얻을 지 몰라도 미래에 대한 용기는 결코 전해받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확신하고 있다"며 교과서 왜곡의 문제점을 다시 지적했다.

도쿄대가 졸업식에 첫 외부인사로 한국의 서울대 총장을 초청했다는 점은 양국의 과거 역사에 비춰볼 때 상징적인 의미가 있으며 향후 두 대학은 물론 국가간 관계발전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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