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차 문제 최우수작

입력 2001-03-23 14:48:00

비록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 현상일지라도 그 사회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타당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각 사회에서의 인간의 행동 양태는 나름대로의 타당한 배경을 가지게 마련이다. 이유 없는 행동은 있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어떤 경우는 그 사회의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인하여 한 사회에서는 충분히 의미 있는 행위가 다른 사회의 구성원에게는 무의미하며 부정적인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동일한 의미를 갖는 행위일지라도 문화적 배경에 따라 그 형태는 달리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지역에 따라 다른 장례 의식 같은 것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비록 우리 사회의 음주 문화가 중국인의 입장에서 볼 때 지나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문화적 배경을 생각해 볼 때 그 이유는 충분히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제시문의 중국인 교수는 자신들의 문화적 배경을 기준으로 우리 음주 문화를 평가하고 있으므로 어느 정도의 오류 가능성을 애초부터 안고 있다.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무엇이든지 지나침이 없이 적당할 경우는 항상 좋기 마련이다. 따라서 술도 적당하게 마시면 여러 면에서 좋다. 이는 중국이나 우리 나라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그 적당함의 정도는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이점을 제시문의 필자는 우선 간과하고 있다. 이는 중국 대학생들과 우리 대학생들 간의 음주 문화를 그 횟수나 양으로 단순 비교하는 잘못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대학생들의 음주 행위 자체보다는 그러한 행사를 하도록 하는 여러 가지 문화적 현상들에 대한 고찰이 부족하다. 양국의 문화 차이를 비교하는 데 있어 더 본질적 문제가 되는 것은 음주 문화 자체보다는 그러한 음주 문화를 형성하는 문화적 배경들이다.

제시문의 중국인 교수가 관찰한 한국의 주당들의 행태는 눈에 잘 띄는 특별한 경우라는 사실을 지적할 수 있다. 우리 나라 사람들도 술의 폐해에 대해서는 누구라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자식들에게 술을 잘 가르치려는 노력도 당연히 있어 왔다. 가장 흔히 듣는 소리가 "술은 어른 앞에서 배워야 한다"라는 말이다. 그래서 집안에 행사가 있든지 명절 때 집안의 노소가 한 자리에 모였을 때면 일부러 어른들은 젊은이들에게 술을 내릴 때가 있다. 그렇게 배운 술은 절제함과 예절을 잃지 않게 한다. 2차 3차로 이어지는 음주 문화는 우리 나라의 본래 음주 문화가 아니다. 또 제시문의 필자가 말하는 대로 우리 대학생들의 음주 행태가 그렇게 잦으며 무절제하다면 대학에는 주정꾼들로만 넘쳐나야 할 텐데 그렇잖지 않은가. 대부분의 한국 대학생들은 음주에 대해 그렇게 무절제하지도 않으며, 그러한 행태에 대해 관대하지도 않다.

제시문에서 필자가 지적한 우리의 음주 문화 현상은 물론 "한국사회의 '사각(死角)'"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제시문의 필자는 자기 문화를 기준으로 음주 문화 자체만을 단순히 비교하여 그러한 음주 문화의 배경을 충실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 구성원의 극히 일부가 보이는 행태일 뿐이라는 사실을 놓치고 있다. 비록 일부 현상이기는 하지만 외국인의 눈에 비친 현상들을 부끄러워하며 우리의 본래 음주 문화를 되살릴 일이다.

윤 석 준 계성고 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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