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료보험재정 안정 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의료계와 약업계 등 관련 이익 집단들이 의보재정 파탄의 책임을 정부와 다른 집단에 떠넘기며 자신들의 집단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본격적인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의료계는 국민여론을 앞세워 임의분업문제를 다시 제기하고 있으며, 약업계는 대체조제 허용과 일반의약품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장의보노조도 보험재정 파탄에 따른 따가운 여론을 의식, 임금동결을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안정화대책이 단기적인 땜질식 처방에 그친다면 보험재정위기는 반복될 수 밖에 없다며 근본적인 문제점이 드러난 의료보험제도와 의료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계의 주장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의사들의 주장을 무시하고 무모한 의보통합과 준비 안된 의약분업을 강행, 의료보험 재정의 파탄이 초래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보험 재정적자가 수가인상과 의사들의 과잉.허위청구에서 비롯됐다는 정부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고 보건복지부의 실사와 수진자 조회를 의사의 진료권 훼손행위로 규정,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의협은 현사태의 해결책으로 △적정보험료, 적정수가, 적정급여 △의료보험 통합 전면 재검토 △경제적 의약분업 재검토 등을 제시했다. 또 여론조사결과를 제시하며 선택분업제 도입을 다시 공론화하고 있다.
김완섭 대구시의사회장은 "25일 전국 시도의사회장 및 상임이사 연석회의에서 정부의 안정화대책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약사회의 주장
약사회는 악화된 보험재정의 안정화를 위해 일반의약품의 확대와 일반명 처방(대체조제)를 강력 촉구하고 나설 방침이다. 약사회는 보험재정 파탄 원인으로 의료수가 인상, 대체조제 금지에 따른 약제비 상승을 지적하고 있다. 또 부작용이 거의 없는 약도 전문의약품으로 묶는 바람에 경미한 질병에도 병원을 방문하게 되면서 의료비가 크게 불어났다 주장하고 있다.
최영숙 대구시약사회장은 "약국에서 약을 사 먹었던 감기환자들조차 의약분업이후 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되면서 진찰료 처방료 약값이 몽땅 의보재정에서 충당되고 있다"며 "일반의약품은 보험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사회는 일반의약품의 확대 및 일반명 처방 등 의보재정 안정화를 위한 대책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전문가 진단
국고지원의 확대, 보험료 인상 등 단기적인 처방만으로는 만성적인 의보재정 파탄을 피하기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종대 한국복지문제연구소장(전 보건복지부 기확관리실장)은 1998년 10월 정부가 지역의료보험을 중앙집중 통제방식으로 통합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의보시스템을 새로 짜야한다고 지적했다. 의료보험 통합으로 투명하고 형평성 있는 보험료 부과가 어렵고 보험재정에 대한 책임의식이 약화됨으로써 보험료 징수율이 떨어지고 사후관리가 소홀하게 됐다는 것.
또 의보운영이 전국단위로 통합되면서 의료비 상승이 국가적 문제로 확대돼 보험료를 적기에 인상하기 어려워져 만성적인 적자를 초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병의원에 대한 지불보상 체계(수가체계)의 획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현행처럼 진료행위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는 행위별 수가제에선 의료기관들이 의료행위를 늘려 급여비를 불리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기 마련이라는 것. 이를 완전 개편, 진료비 총액을 의료기관과 계약해서 그 안에서만 모든 진료행위가 이뤄지도록 하는 '총액 진료 예산제'(managed care)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정흡 경북의대교수(병원관리학)는 "정부가 병의원의 부당청구를 근절하기 위해 심사평가원 인력을 보강하는 것은 또 다른 낭비요인이 될 것"이라고 정부정책을 꼬집었다. 송 교수는 "미국의 경우 1990년대 중반 총액진료예산제를 도입, 치솟는 의료비용에 제동을 걸었다"며 "장기대책의 하나로 이 제도의 도입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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