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인사가 본 정주영

입력 2001-03-23 00:00:00

철인, 거목, 맏형, 판도라상자, 쉬지않는 부유한 노동자, 완벽주의자, 대들보, 풍운아, 최우등생, 슈퍼스타….

지난 21일 별세한 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은 우리 사회에 남긴 크나큰 족적 만큼이나 다양한 인물평을 낳았다.

97년 아산재단 20주년을 기념해 발간된 '백인 문집-아산 정주영과 나'에는 재계, 학계, 문화계 등 각계 인사들의 '정주영 경험담'이 담겨 있다.

다음은 주요내용 요약.

◇불사신의 철인(강영훈 전 총리)= 피나는 가시밭길을 헤치며 단장의 고통을 견뎌내면서 불사조와 같이 자신의 새로운 천지를 개척해왔다. 아무리 험난한 길이라도 아산에게는 투지를 단련하는 도장이었고 천만금으로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의 기회였다.

◇스스로 땅을 찾아 말뚝을 박은 사람(구자경 LG명예회장)= 아산은 정경유착이나 특혜란 말을 가장 싫어했다. 그는 스스로 땅을 찾아 말뚝을 박고 길을 닦아 공장을 지어 굴뚝을 올려 기업을 해나가는 것을 좋아했다.

◇세기의 인물(권이혁 전 서울대 총장)= 거대한 부에 걸맞지 않는 검소한 옷차림이나 살림살이가 인상적이었다. 장학증서 수여식에서 수여자인 아산선생이 학생에게 먼저 인사하던 광경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산 정주영을 말한다(남덕우 전 총리)= 그가 가지고 다니는 것은 옛날에나 볼 수 있는 비닐가방이었다. 골프 칠 때 입은 바지의 뒷부분을 재봉틀로 박은 것을 보고 놀랐다. 골프 칠 때 오른손 장갑을 왼손에 끼고 있어 물어보니 왼손장갑이 없어져서 그랬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도 놀랐다.

◇중후장대형의 역사를 창조한 호걸(박태준 전 총리)= 외모상으로 이병철 회장님이 경박단소형이라면 정주영 회장님은 중후장대형이었고 성품은 각각 구절판형과 된장찌개형이라고나 할까. 정 회장님은 골프 스타일도 중후장대형으로 제대로 맞을 때는 엄청난 장타가 나왔고, 술자리에서의 주법도 중화학공업형이었다. 술이 얼근해지면 항상 제일 먼저 마이크를 잡고 음정이나 박자보다는 신바람 창법을 구사했다.

◇자본주의 교실의 최우등생(송자 전 연세대 총장)= 정 이사장님을 자본주의 교실의 최우등생으로 부르고 싶다. 위험부담을 과감히 짊어지고 부를 축적하고, 검소하게 살며 저축할 수 있는 한 저축하고, 축적한 부를 나눠줄 줄도 알기 때문이다.◇결단력과 추진력의 화신(신격호 롯데 회장)= 일본 기술자들도 주저할 정도의 촉박한 롯데월드 공사를 약속한 기간내에 현대는 해냈다. 나는 그때 무서운 추진력과 돌파력을 봤다. 그의 행차는 언제나 단출했다. 롯데호텔에서 수행원도 없이 바삐걷는 정 회장을 여러번 봤다. 언제나 소탈하고 서민적인 정 회장의 풍모가 그립다.

◇한국의 슈퍼스타(안병욱 숭실대 명예교수)= 하늘은 그에게 4가지 큰 덕을 줬다. 타고난 건강과 총명, 패기, 덕기(德氣)다. 초인적인 에너지의 소유자로 격무에도 견딜 수 있었고 사업의 성공여부에 대해 천부적인 센스를 갖고 있는 듯 했다. 아산은 근근자자(勤勤孜孜) 열심히 일해 정직하게 번 돈을 사회를 위해, 겨레의 행복을 위해 아낌없이 베풀었다.

◇꿈이 있는 기업예술가(조경희 전 정무2장관)= 만년 청년 정주영씨는 예술가들을 좋아해 과거 시인 모윤숙씨 집에서 열리는 회동에 자주 참석한 기억이 난다. 당시 그는 모임이 끝난뒤 여류문인들의 파발마 역할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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