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유고국제재판소 재판관 대구고법 권오곤씨

입력 2001-03-22 00:00:00

"선배 법조인인 이준 열사가 네덜란드 헤이그의 만국평화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분사한 그 자리에서 국제적 재판을 맡게돼 감개무량합니다".

최근 구(舊)유고국제형사재판소(ICTY) 재판관에 선출돼 4년동안 구유고슬라비아 전범 재판을 맡을 대구고법 제2민사부 권오곤(48) 부장판사.

"저의 재판관 피선과 앞으로의 활동은 3~4년내에 창설될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우리나라의 판사를 진출시킬 교두보가 돼야한다는 게 외교통상부의 견해입니다. ICC는 한시 기구인 ICTY와 달리 항구적으로 전범과 반인도적 범죄자를 재판, 인류의 복리를 증진하는 중요한 재판소입니다. 한국의 높아진 위상만큼 꼭 판사를 진출시켜야지요".

권 부장판사는 "ICC 창설은 미국의 반대가 걸림돌이지만 관련 규정이 이미 만들어졌고 60개국이 비준하면 설립하게 돼 있는 만큼 국제적 범죄를 단죄하는 강력한 국제기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4명의 재판관을 뽑는 선거에서 현직 대법원장, 검찰총장, 유명 학자를 제치고 1차투표에서 당당히 당선한 권 부장판사는 "외교관들의 합심 노력과 선거홍보 전략이 주효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가 홍보전략으로 삼은 것은 △한국이 전쟁의 피해를 본 나라 △대륙별 균형 △형사재판 경력 22년 △젊은 재판관의 필요성 등 4가지.

서울 법대 수석졸업, 사시 19회 수석합격, 사법연수원 수석졸업, 하버드 법대졸업 등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는 권 부장판사는 "재판관 후보로 추천된 뒤 후배 판사의 문의와 격려가 많았다"면서 "법조인에게 이러한 길도 있으며 국제 무대에서 부끄럽지 않게 활동하려면 평소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후배판사들이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ICTY는 인권을 중시하는 유럽의 한 복판에서 일어난 전쟁과 집단학살을 단죄하기 위해 UN안전보장이사회가 비상조치권을 발동시켜 지난 93년 만든 기구로 지금까지 구유고 전범 98명을 기소, 20명의 재판을 끝냈으며 체포자 30여명, 미체포자 20여명에 대한 재판을 하게 된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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