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대구 교통방송국 MC 서현주씨

입력 2001-03-21 15:28:00

라디오 애청자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름 서현주. 대구 교통방송국(TBN)의 MC. 매일 오후 12시 10분부터 2시간 가량 방송되는 'TBN 차차차'를 진행한다. 스스로 교통방송의 보배라 칭하며 산다.

부드럽고 매력적인 목소리, 그러면서도 약간은 허스키한 음색은 그녀의 트레이드마크. 운전 중에 듣는 그녀의 막힌 데 없는 웃음은 한 모금의 청량제 같다.

올해 서른 여섯 살, 뭇 남성들에게는 실망스럽게도 서현주 MC는 다섯 살 짜리 아이의 엄마다. 그렇다고 그녀의 팬이 남성들에만 한정됐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줌마도 할머니도 그녀의 팬. 격려 전화나 편지는 오히려 여성이 더 많단다.

그녀는 대구에서 태어나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 모두 대구에서 마친 순 대구토박이다. 방송 일을 하고 싶어 일부러 표준어를 배웠다고 했다. 그 덕분에 대구말도, 서울말도 아닌 독특한 방송말투를 쓴다.

160㎝에 조금 왜소해 보이는 체구, 45㎏은 넘는다고 항변(?)하는 모습이 좀 작기는 한 모양이다. 그렇다고 약골은 아니다. 일년 내내 기침 감기 한번 앓는 일이 없다. 365일 출근해야 하는 방송인에게 건강은 최대의 장점. 서씨는 계절에 관계없이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그 위에 날씨에 따라 두껍거나 얇은 덧옷을 바꿔 입는다. 그래서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

라디오 방송국의 3평 남짓한 부스가 그녀의 일터, 옆자리의 출연자가 노래를 부르면 고개를 끄덕이며 장단을 맞춘다. 소리내지 않고 입만 움직이는 모양이 편안해 보인다. 1991년 기독교 대구 방송국 아나운서로 출발해 대구MBC(94~96년)를 거쳐 지난해 대구 교통방송국으로 옮아 왔다. 애 낳고 키우느라 97년부터 3년간 방송을 떠나 있기도 했다.

서씨의 출근 시간은 오전 11시. 방송시간보다 1시간쯤 일찍 나와 원고를 읽고 첨가할 멘트를 생각해본다. 막상 방송에 들어가면 미리 생각해두었던 멘트는 생각나지 않고 엉뚱한 말이 쏟아진다고 했다. 그래서 가끔 실수를 저지른다.

"생방송의 매력은 실수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그녀의 생방송 실수와 얼렁뚱땅 넘어가는 솜씨는 오히려 인간적인 매력으로 다가온다. 모든 사람의 실수가 매력으로 여겨지지는 않는 법이다. 실수가 오히려 인간적 매력으로 와닿는 것은 그녀가 오직 운이 좋은 사람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녀에게 가장 나쁜 습관은 늦은 밤의 독서, 고치려고 노력하지만 좀처럼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요즘은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자정은 넘어야 겨우 잠들 수 있단다. 그 탓에 시력도 많이 나빠졌단다.

주로 국내 소설을 즐겨 읽는다. 서씨에게 독서는 취미라기보다 강박관념에 가깝다.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한 일종의 의무감이다. 시내 서점을 자주 찾는 것도 세상을 읽기 위해서다. 출연자가 불쑥 꺼내는 책제목도 알아야 하고 이 시대의 화두도 알아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긴 생머리에 모자를 푹 눌러쓴 모습, 혹시 못생겼나 싶어 의심의 눈길을 던져보지만 요모조모 뜯어봐도 매력적인 얼굴이다. 그러나 '화장발'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았다. 눈에 확 띄는 그녀의 긴 생 머리도 위장 전술(?)이다. 그녀가 방송 때문에 부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스태프들이 '저 머리 가발이에요'하고 일제히 일러바쳤다. 그녀의 진짜 머리스타일은 착실한 여고생보다 조금 긴 단발머리.

서씨는 얼굴에 주근깨가 몇개 돋아나 있다. 그래서 중학교 시절까지 별명이 순정 만화의 주인공을 본 따 '캔디'였단다. 지금은 별명이 없다고 시치미 뗐지만 거짓말이었다. 스태프들이 지어 준 그녀의 별명은 '울랄라 여사'. 갑자기 터져 나오는 고음의 쇳소리가 프랑스 출신 방송인 이다도시를 닮았기 때문리란다.

서현주 MC는 동료들 사이에 술자리 분위기를 잘 맞추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술이 특별히 센 것도, 앞장 서 술값을 계산하는 편도 아니지만 동료들은 그녀와 함께 마시기를 좋아한다. 보통 아줌마들처럼 중간에 살짝 빠져 도망치지 않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간파하면 그녀는 과감히 '탈출'을 포기할 줄 안다. 그리고 1차, 2차, 3차, '그래 끝까지 가보자' 하고 나선단다. 방송기자 남편을 둔 덕분에 늦어지는 술자리쯤은 대수롭지 않은 모양이다.

약간은 허스키한데다 가볍게 톡톡 튀는 듯한 말투, 그녀의 말투는 라디오에서 듣던 그대로였다. 농담도, 웃음소리도, 라디오에서 듣던 것과 꼭 같았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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