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관념론으로 본 유식불교

입력 2001-03-19 14:21:00

계명대 철학과 한자경교수가 유식불교에서의 인식과 존재에 관한 연구서 '유식무경(唯識無境)'을 도서출판 예문서원에서 펴냈다.

이 책은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칸트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가 동국대 불교학과에서 수학하고 박사학위 논문으로 쓴 것을 단행본 형태로 손질해 펴낸 연구서. 칸트 철학을 전공한 저자가 불교철학 그 가운데 유식(唯識)철학을 연구해 내놓은 첫 결과물로 유식불교의 논리를 서양관념론의 형식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유식무경은 대승불교 유식의 기본관념으로서 일종의 유심(唯心)사상. 불교가 늘 중생 속에 내재된 각성과 해탈의 주체로서의 마음 즉 일심(一心)을 강조해왔지만 그 가운데 유식불교는 그 유심사상을 가장 체계적으로 완성한 일파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유식불교에서는 객관 세계의 실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유식의 유식무경이 함축하고 있는 철학적 의미를 이론적으로 고찰한 이 책에서 한교수는 오로지 식(識·마음)만 있고 경(境·세계)은 없다는 유식무경은 세계 존재를 부정하는 명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아는 것과 있는 것, 식과 경을 완전히 분리된 둘로 간주하는 이원론, 정신과 무관한 물질 세계 자체를 주장하는 유물론을 비판할 뿐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색(色·물질적 경)과 명(名·관념적 경)의 실유성을 비판하고 식의 심층 구조, 식과 경과의 관계를 이 책에서 살펴보고 있다.

유한한 일체의 현상을 넘어서서 무한으로 비약하게 되는 초월의 경험이 바로 유식성의 자각이라고 결론짓고 있는 한교수는 유식불교가 유식무경을 통해 드러내고자 한 것은 누구나의 마음 안에 이미 내재되어 있는 진실한 성품인 불성(佛性) 즉 일심이라고 강조했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