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주가급락 "부시 탓 아냐?"

입력 2001-03-16 15:34:00

미국 증시의 나스닥 지수는 15일에도 떨어졌으나, 다우 지수는 1만선을 회복했다. 그러나 다음 장에선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 불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때문에 부시 행정부가 뭘 잘못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심의 생기고 있으며, 이번의 미국 경기 하강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고 신경을 곤두세우는 사람들도 있다.

◇15일의 주가 동향=다우존스 산업 평균지수가 현지시간 15일 0.55% 상승해 1만선을 회복했다. 경기침체 심화 속에 일본 금융사들의 건전성에 문제가 제기됨으로써 전날 폭락했던 금융주들의 주가가 이날 회복되고, 소비재 주가가 오르면서 힘을 받았다.

그러나 나스닥 종합지수는 오전 장에서 3%까지 폭등하다가 소프트웨어 메이커들의 1/4 분기 매출 하락 우려가 제기되면서 결국 1.59% 떨어진 1천940.71에 장을 막았다.

또 다우 상승에 대해서도 "큰 폭의 하락이 있었던 다음날에는 보통 하루 동안의 반짝 장세가 있기 때문에, 15일의 분위기를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는 분석도 제시돼 있다.

◇부시에 대한 의심=증시 폭락사태 와중에서도 부시 행정부의 고위 경제정책 입안자들이 침묵으로 일관, 비난을 사고 있다. FRB(연방 준비제도 이사회)는 금리인하 조치를 신속히 취하지 않아 투자자들을 실망시켰고, 부시는 감세의 당위성을 선전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증시 폭락 사태는 미국경제 전반에 새로운 우려를 초래, 웰스파고 은행의 손성원 수석연구원은 "주가 하락세가 지속되면 깊고도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민주당도 부시의 정책적 실수를 비난하고 나섰다. 게파트 하원 원내총무는 "미국 경제가 현재 처한 어려움은 체니 부통령이 '경기가 침체에 빠졌다'고 발언하고 난 몇개월 뒤에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부시 행정부는 의회가 앞으로 10년간 1조6천억 달러에 달하는 감세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할 이유로 약화된 경제 상황을 꼽아 왔다.

FRB는 금리 인하가 '공황의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우려해 인하를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상당수 분석가들은 FRB가 오는 20일쯤 0.5% 포인트의 금리인하를 단행하되, 세계적인 증시 침체를 반영해 인하 폭을 0.75% 포인트로 확대할지도 모른다고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그린스펀 FRB 의장은 단순히 최근의 주가하락 사태만을 고려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어서 불만을 사고 있다.

◇더욱 어두운 전망=영국의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기에 대해 더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미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경기하강 국면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겪었던 것들과 비슷하다고 보고 있으나, 실제로는 전혀 다른 특징들을 갖고 있으며, 그것들 때문에 단순한 성장 정체가 아니라 경기침체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의 분석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하강국면은 오히려 2차 대전 전의 경기사이클과 닮은 점이 더 많고, 심지어 1980년대 후반 일본과도 비슷하다. 그렇다면 수요 둔화에 따른 기업들의 재고조정 때문에 빚어진다는 전통적인 경기사이클 개념은 틀리는 것이며, 그런 바탕 위에 대책을 세우는 것도 소용 없어지는 것이다.

지난 50년간의 경기 패턴은 대체로 유사했다. 몇년간 확장 국면이 지속되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이는 인플레를 가속시키며, 그 뒤에는 금리 인상이라는 정부 대응이 나온다. 그 덕분에 수요가 억제되면 재고가 쌓이고, 기업들은 재고를 줄이기 위해 생산을 감축, 경제는 침체국면으로 들어간다.

이런 사이클에서는 대책이 거의 명백해진다. 다시 금리를 인하하면 수요가 되살아 나고 생산도 회복되면서 다음 확장 국면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제학의 대가 폴 새무엘슨은 "미국의 경기 침체는 'FRB가 만든 워싱턴제 도장'을 찍고 나온다"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이번에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옮아가는 원인은 고금리가 아니다. 이번에는 오히려 인플레가 상대적으로 억제된 상태에서 발생했다. 현재의 수요 약화는 금리 때문이 아니고 이윤감소, 주가하락, 투자감소 등의 요인에 의한 것이다. 민간 분석가들은 이런 측면에 대해 오래 전부터 경고해 왔다.

이번 상황은 억지로 만든 경기 확장 국면의 지속이 초래한 측면이 있다. 그럼으로써 다른 종류의 불균형, 즉 개인 및 기업 부채, 과투자 등이 대신 쌓였다. 경기와 관련해 자신감에 빠져 대출 은행들은 여신 기준을 완화했고, 소비자들과 투자자들은 차입에 대한 억제력을 잃었다. 양측 다 더 큰 리스크를 택하면서도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드디어 과잉이 초래되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다. 과투자는 자본수익을 감소시키고 기업들은 자본지출 감축을 결정한다. 소비자들은 과도한 채무 부담을 느끼게 돼 저축을 늘린다. 낙관론은 비관론에 밀리고 수요은 급격히 감소한다. 이것이 19세기와 20세기 초 경기사이클의 전형적 패턴이다. 1980년대 후반의 일본.영국.스웨덴에서 보듯, 자산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하면 기업과 가계는 재정균형을 회복하려 하고, 이는 순저축을 급격히 증가 시키며, 결국 깊은 침체를 초래한다.

때문에 1990년대 후반의 미국과 80년대 일본은 경제 및 금융 거품이라는 고전적인 증상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은 올해 단순한 성장 정체가 아닌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외신종합=박종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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