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 피어싱점 운영 김은현씨

입력 2001-03-14 14:28:00

짙은 노랑머리에 러닝 바지 위로 치렁치렁 늘어진 웃 옷. 김은현(27)씨가 즐겨 하는 차림이다.

김씨는 대구 로데오 거리 액세서리 가게에서 바디 피어싱을 하는 사람. 바디 피어싱(body piercing)은 귀·입술·코·혀·유두·배꼽 등에 구멍을 뚫어 고리를 달거나 큐빅을 박는 것. 자신 또한 혀와 입술에 구멍을 뚫어 큐빅을 박았다.

신체를 훼손하는 피어싱. 그러나 그녀에겐 반사회적인 거친 취미도 아니고,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라는 관념에 대한 반동도 아니다. 억눌린 욕망의 해방구도, 에로티시즘의 발동도 물론 아니다. "그냥 재밌잖아요. 입에서 달그락 달그락 소리도 나고… 어머니도 절 이해하십니다".

김씨는 재봉선에 황색 줄이 그어진 검은 러닝복을 입고 있었다. 인천에 다녀오는 길이라 했지만, 마치 집 앞 슈퍼에 쪼르르 달려갔다 오는 차림새 같았다. 틀에 박힌 복장, 정해진 출퇴근 시간, 이런저런 틀… 그런 따위엔 체질적으로 거부감이 생긴다고 했다. 그녀의 가게 'KISS ME'의 문짝에는 '오픈시간 2시, 3시, 4시 혹은 5시… 폐점 9시 혹은 10시'라고 씌어 있었다. 문 열고 싶을 때 열고 닫고 싶을 때 닫겠다는 말.

"하고 싶은 거 하며 멋대로 사는 것이지요. 그러나 남한테 폐는 절대 안끼쳐요". 그녀는 불량스러워 보이는 외모와 달리 낱말 하나까지 신중하게 가려 쓰고 있었다.

몸에 구멍을 뚫는 사람 김은현씨, 언뜻 보기에 그녀는 삶을 꼭 장난 처럼 취급하는 듯도 했다. 그러나 외형만 그럴 뿐, 삶에 대한 진지성은 '어른'들의 태도와 다를 바 없었다. 그렇다면, 피어싱은 관계를 맺지 않고 혼자 놀기 좋아하는 신세대 정서의 한 단면인지도 모를 일. 김씨는 인터넷에 자기 음악을 올리고 싶어 뒤늦게 피아노를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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