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의 생활경제 속에서 재미있고 새로운 현상들이 여기저기 발견되고 있다. 한 예로 수요공급의 원칙에 의하면 가격이 오를 때 기업의 이익이 증가하여 공급량이 늘어나고, 가격이 내릴 때 기업의 수익성이 감소하여 공급이 줄어드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진입하고 있는 '뉴이코노미(new economy)'에서는 재화의 가격이 하락함에도 불구하고 공급이 계속 늘어나고, 심지어는 가격이 제로가 되어 상품이 무료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급이 계속 늘어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그 좋은 사례로 인터넷에 의한 전화서비스 등 여러 가지 인터넷상의 서비스가 무료임에도 불구하고 공급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이 이전의 경제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요사이는 이를 가리켜 뉴이코노미라고 부르며 이해하려고 하고 있다.
뉴이코노미에서 재화의 가치가 창출되는 모습을 보면 더욱 재미있다. 예를 들어 이제까지의 경제 속에서는 무엇이든지 귀하거나 모자라는 것이 있으면 가격이 오르고 가치가 있는 것으로 생각되어왔다. 따라서 희귀한 것을 만들수록 더 큰 가치가 창출되고 높은 가격을 받았었다. 그러나 뉴이코노미에서는 귀한 것에서부터 가치가 창출되기보다는 풍부한 것에서부터 가치가 창출된다. 구체적인 예로 요사이 인터넷 사이트나 상점들의 가치는 이 사이트에 가입한 회원 수가 많을수록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대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마치 과거에 팩스가 몇 대 없었을 때는 귀하지만 별 가치가 없다가 모든 사람이 팩스로 연결됨에 따라 그 가치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뉴이코노미의 경제원칙 중에 하나는 풍요 속에서 가치가 창출되는 것이다.
더욱이 뉴이코노미에서 가치가 창출되는 과정을 보면 과거의 산업사회와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예를 들어 산업사회에서는 유형의 재화를 만들기 위하여 원료에서부터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손으로 직접 만지고 노동을 투입하였다. 그러나 뉴이코노미에서는 이와 같이 손으로 만지며 노동하는 과정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진짜로 재화의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은 사람들이 지식이나 정보, 통신이라는 수단을 통하여 한번도 손대지 않고 이루어지고 있다. 이를 가리켜 뉴이코노미에서는 '만질 수 있으면 진정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재미있는 예로 인터넷 상거래를 통하여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 소비자는 물건이나 화폐를 한번도 만지지 않고 거래하면서 재화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게다가 이러한 현상은 어느 지역이나 나라에 국한되어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국경을 초월하여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고 있다. 한 예로 대구에 사는 할아버지가 미국 워싱턴에 사는 손자를 위하여 일본 동경에 있는 전자 오락기를 손자 이름과 주소로 주문하고 자기의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하여 대금을 지불하면, 며칠 내에 이 일본회사의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생산되어 말레이시아로부터 발송된 장난감이 손자에게 도착되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뉴이코노미에서는 "지리(地理)는 소멸되었다"라고 하고 있다.
이와 같이 뉴이코노미는 과거와는 다른 여러 가지 경제현상을 일으키며 진전되고 있다. 이제까지 우리가 생활하여온 경제가 올드이코노미라 하면, 이와는 여러가지 기본가정이 다른 뉴이코노미가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다행히 이러한 뉴이코노미 현상은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로 오늘날의 현상을 뉴이코노미의 제1막이라 하겠다. 우리 모두가 제1막을 감상하면서 과연 제2막은 어떻게 전개될까 각자 그려볼 때이다. 서울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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