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이 막 지났다. 개구리가 겨울잠을 깨고 버들강아지가 꽃을 피울 때다. 봄이 되면 겨울을 잊을까봐 눈보라가 꽃샘추위를 덥석 안겨준다.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잊듯이, 봄이 되면 겨울 추위를 잊어버리고 권력을 잡으면 야당시절을 잊는가보다. 권력에 짓눌리던 야당시절에는 검찰권 중립과 정경유착 청산, 관치금융 배제, 언론자유 보장, 거국내각 구성 등을 주장하는 한편, 야당의원 빼내가기를 비판하고 낙하산 인사를 비난했는데, 집권을 하고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안색을 바꾸고 시치미를 뗄 뿐 아니라 오히려 삿대질하던 일을 태연스레 감행한다. 올챙이적 생각하려면 아무래도 올챙이타령이 제격일 터이다.
올챙이 올챙이/ 배똥똥이 올챙이
무얼무얼 잘 먹고/ 배똥똥이 되었나
옳지 그래 애기붕어/ 아침먹이 뺏아 먹고도
애기새우 저녁밥까지/ 빼앗아 먹더니
지주놈의 배통처럼/ 배똥똥이 되었지
개구리타령처럼 올챙이타령도 올챙이의 생태를 빗대어 사람사회를 풍자한다. 올챙이배가 똥똥한 것은 아기 붕어와 새우의 아침저녁밥을 빼앗아 먹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올챙이배는 곧 지주의 배이자 사장의 배이다. 올챙이배도 남의 것을 빼앗아 먹어서 그런 것처럼, 지주나 사장의 부른 배도 소작료를 수탈하고 노동력을 착취하지 않고서는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풍자하는 것이다.
개구리 첨지 박첨지/ 아가리 딱딱 벌리라
"열무김치 드간다" 개구리는 입을 크게 벌리고 혀를 널름 내밀어 한 입에 먹이를 집어삼킨다. 입도 크려니와 배도 크다. 개구리가 입을 딱딱 벌릴 때마다 파리나 메뚜기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다. 대기업이 나랏돈 삼키는 꼴이다. 막대한 공적 자금을 거침없이 꿀떡 삼키고도 여전히 입만 딱딱 벌리고 있다. 우리 경제정책은 입 크고 배 큰 재벌들의 욕망만 더욱 부풀려 주고 노동자들은 거리로 내 몰고 있다.
개골개골 청개골아/ 니 새끼를 찾을라먼
두 팔뚝을 훨씬 걷고/ 미나리깡을 더듬어라
개구리타령은 흔히 심심파적으로 부르는 노래라고 한다. 따라서 특별한 구연상황이나 기능이 별도로 없을 뿐 아니라 사설의 형식도 일정하지 않다. 그러나 노래의 들머리에 '개골개골 청개구리'라 하는 경우는 제법 많다. 이어서 개구리 새끼를 찾으려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미나리 밭에서 더듬어 보라고 한다. 미나리밭은 청개구리의 보호색을 이루는 데다가 항상 물이 고여 있어서 개구리 서식지로서는 그만이다. 그러므로 개구리가 새끼를 찾을 때도 미나리 밭으로 가라고 하고, 어미나 집을 찾을 때에도 미나리 밭으로 가라고 한다. 개구리의 길은 모두 미나리 밭으로 통하는 셈이다.
두 눈이 훌딱 둥굴딱 훌딱 까졌다
네 발 돋힌 창깨갈/ 니기미 집을 찾을라거든
삼시 묵고 날뛰자/ 아래 윗도리 활씬 벗고
대구 성내 미나리깡을 드트라
개구리의 가장 큰 특징은 툭 불거진 눈이다. 두 눈이 튀어나온 상황을 '훌딱 둥굴딱 훌딱 까진 것'으로 나타내어, 돌출한 눈이 휘둥그래져서 움직이는 모습을 거침없이 묘사한다. 그러나 그 몸은 '네 발 달린 청개굴'이라 하여 소박하게 나타내는 데 머물렀다. 몸이 천 냥이라면 눈이 구백 냥이라고 했는데, 개구리야말로 눈이 구백 냥 이상인 셈이다.
'니기미 집'은 네 어미 집을 상스럽게 말한 것이다. 개구리가 제 어미 집을 찾으려면 하루에 삼시 세 끼 다 잘 찾아먹고 펄쩍펄쩍 날뛰되, 아래 윗도리 모두 홀라당 벗어 던지고 대구 성내 미나리깡을 찾아 들어가라고 이른다. 거창의 최윤한 할아버지 노래인데, 과거엔 대구 성내에도 미나리깡이 있었던 모양이다.
미나리 방죽을 더듬어/ 더듬어서 찾았네
찾아갖고 집이를 가서/ 우리 부모 가족들을
가매솥에다 물 한 동우 붓고/ 펄펄 끓여서 보신하세
개구리를 잡을 때는 미나리 방죽으로 가야 한다. 개구리를 잡겠다고 미나리 밭에 들어가면 미나리를 버린다. 미나리가 발 디딜 틈 없이 촘촘하게 자라기 때문에 논둑이나 방죽을 더듬고 다니면서 개구리를 찾아야 한다. 옛 아이들은 이렇게 개구리를 잡아서 구워먹었으나, 노래에서는 가마솥에다 끓여 부모에게 대접하는 갸륵한 정성을 읊고 있다. 단백질 공급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개구리마저 보신용 먹을거리 구실을 하였다. 최근에는 영양과다로 성인병이 문제가 되는 데도, 겨울잠에서 막 깨어난 개구리나 개구리알을 마구 잡아먹어서 개구리 씨를 말렸다. 배부른 사람들의 병적 보신주의 탓이다.
올챙이란 년은/ 시집을 간다고
금의화장을 하고/ 어르마 둥둥
개구리란 놈은/ 장개를 간다고
진실보선을 신고/ 이리 툭탁 저리 툭탁
성주 대가면 이태순 할머니가 불렀는데 어린 시절 뛰어 놀며 부른 노래라고 하였다. 올챙이는 시집을 간다고 비단 옷에다가 화장을 하고 개구리는 장가를 간다고 대단한 버선을 신었다. 노래를 따라 가면, 장끼란 놈이 풍모가 좋아서 상객을, 황새란 놈이 다리가 길어서 편지배달을 맡고, 까마귀는 몸이 검어서 굴뚝대장이 되며 제비는 몸이 고와서 기생 노릇을 한다. 올챙이와 개구리가 신부와 신랑으로 분하여 혼례를 치르는데, 장끼가 화려한 모습으로 상객 노릇을 하므로, 서사적 줄거리가 계속 전개될 법한데 그러지 못하고 단순한 사물 풀이에 머물러서 아쉽다. 하늘같은 가장을/한 시 반 시 땅으 놓을거나
업고 지고 놀아보세/ 무겁냐 개법냐
암개구리가 숫개구리를 업고서 짝짓기하는 모습을 남녀의 성관계에 빗대어 묘사하고 있다. 하늘같은 남편을 잠시 잠깐이라도 땅에 내려놓을 수 없다는 듯이, 덩치 큰 숫개구리를 업고 무겁거나 말거나 상관하지 않은 채 짝짓기하며 노는 상황이 여성 창자(唱者)의 정서를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어 상당히 해학적이다.
대통령이 김종필씨를 만나 다시 공조를 다짐하고 김윤환씨와 정책연대도 모색하는 낌새다.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두 사람은 군부정권의 수구세력에다가 권력을 따라 끊임없이 오가는 기회주의자이다. 아마 김대중 대통령은 김영삼 전대통령을 닮았다고 하면 상당히 불쾌하리라 생각하는데, 김종필씨와 손을 잡고 김윤환씨까지 끌어들이는 짝짓기 시도를 보면 김 전대통령의 전철을 고스란히 빼닮은 셈이다. 이미 그 짝짓기조차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전 정권보다 더욱 부정한 짝짓기가 아닌가.
정치개혁 1호가 수구세력의 청산이자 정치적 짝짓기 부정의 철폐인데, 새삼 그들과 짝짓기를 못해 안달하는 행태가 못내 안쓰럽다. 마치 암개구리가 가장을 잠시라도 내려놓을 수 없다는 듯이 업고 떠받드는 것처럼, 등에 업혀 몽니나 부리는 김종필 같은 수구세력과 잠시라도 떨어질 수 없다는 듯이 끊임없이 손을 내밀고 있는 집권여당의 무분별한 짝짓기는 국민들의 정치개혁 열망을 무참하게 만들고 있다. 방송3사의 공중파를 모두 장악하여 모처럼 '국민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정권교체를 지지한 국민들조차 왜 채널을 돌리고 귀를 막았는지 성찰조차 하지 않는다. 누구든 짝짓기의 쾌락에 미혹되면 염치를 모르게 마련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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