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학자들은 약한 방사선을 쪼이면 인체내 항체 형성을 촉진시켜 면역체계를 강화한다는 통설이 잘못됐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적은 양의 방사선이 처음엔 항체 형성을 도와 면역시스템을 활성화시키지만 얼마 뒤엔 알레르기를 일으킨다는 것.휴대폰에서 흘러나오는 방사선의 유해 여부도 논란을 빚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휴대폰 크기가 작고, 머리에 가까이 댈수록, 신모델일수록 방사선 흡수량이 크다고 한다. 모델에 따라 방사선의 양이 6배 가량 차이가 났다고.
지난해 말 러시아 의회는 외국 방사성 폐기물을 자국내에서 처분, 외화를 벌어들이겠다는 정부 계획을 압도적 표 차이로 통과시켰다. 러시아내 환경단체는 굴욕적인 외화벌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과연 방사성 물질이 무엇이길래 어떤 나라는 비싼 값을 치르고 외국에 내보내려하고, 환경단체는 여기에 극구 반대하는 것일까.
'방사선(radiation)'처럼 일상에 자주 쓰면서도 뜻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든 단어도 드물다. 일반적으로 방사선이라면 우라늄과 같은 방사성물질이 붕괴하면서 발산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방사선 중 극히 일부만 말하는 것일 뿐이다. 자외선이나 가시광선도 방사선(파장 길이 1~1000㎚(나노미터=10억분의 1m))에 포함된다. 다만 에너지 크기가 인체나 생물에 영향을 줄 정도로 크지 않아 유해 방사선과 구분될 뿐이다.
대표적인 방사선이 바로 감마(γ )선과 X선. 감마선의 파장은 X선보다 짧고, 에너지는 방사선 중 가장 크다. 그렇다고 방사선을 고에너지 전자기파로 정의해선 곤란하다. 원자핵이 분열하면서 나오는 알파(α )선, 베타(β )선도 어엿한 방사선이다. 알파선은 전자를 떼버린 헬륨핵(양성자 2개와 중성자 2개)이고, 베타선은 고에너지 전자의 흐름이다. 이밖에 원자핵이 분열하며 방출되는 중성자선도 있다. 따라서 방사선은 다소 애매하긴 하지만 고에너지를 지닌 입자나 파동의 흐름으로 정의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방사선에 이처럼 민감한 이유는 무엇일까. 방사선은 맹수나 마찬가지다. 길들여지지 않은 방사선은 인체에 막대한 피해를 주지만 발전이나 의학에 쓰이는 방사선은 인류의 삶에 더없이 큰 도움을 준다. 방사선은 종류에 따라 피해정도도 다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에너지가 큰 방사선일수록 투과력도 크고 인체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방사선 투과력은 알파선-베타선-X선-감마선 순으로 커진다. 베타선은 알루미늄판 정도로 막을 수 있지만 감마선은 두터운 콘크리트라야 막을 수 있다. 투과력이 가장 약한 알파선은 인체 피부도 뚫지 못할 정도다. 따라서 알파선을 쪼인다고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알파선을 내는 미세한 방사성 물질을 입이나 코로 흡입했을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고에너지 방사선은 세포 안으로 뚫고 들어가 DNA를 파괴, 유전자 이상을 가져온다.
널리 알려진 얘기지만 인간은 태어나 죽을 때까지 방사선에 노출된 삶을 산다. 대기, 땅, 우주공간에서 날아드는 이른바 자연 방사선이다. 자연 방사선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라돈 방사선. 공기 중의 라돈은 미세 먼지에 붙어 실내를 맴돌다가 허파로 들어온다. 라돈 방사선량은 집의 모양이나 건축재, 실내공기 환기 등에 따라 달라진다.
우주공간의 우주선(cosmic ray)도 방사선이다. 다행스럽게도 우주선의 대부분은 지구 대기에 의해 걸러진다. 대기 상층부를 통과하는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은 더 많은 우주선, 즉 방사선에 노출된다. 이밖에 우라늄, 토륨, 악티늄처럼 땅 속의 천연 방사성물질도 자연 붕괴하며 방사선을 배출한다. 그러나 이들 자연 방사선은 인체에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는다. 인체에는 손상된 DNA를 복구시키는 효소가 있다. 문제는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양의 방사선을 쬐는 것. 인간이 방사선이란 칼의 손잡이를 쥐고 있는지 날을 쥐고 있는지는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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