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내 한 나이트클럽에서 댄서로 3개월째 일하고 있는 라리사(Rarisa·25·러시아)씨. 오후 7시에 출근, 새벽 4시반까지 무대에서 춤을 추거나 술시중을 든다. 하루 10시간의 중노동을 하고 나면 인근 숙소에서 엄격한 출입 통제속에 고달픈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월급은 50만원(400달러). 러시아 근로자의 10개월치 월급에 해당하는 큰 돈이다. 그는 "손님한테 받는 팁은 1,2만원만 갖고 나머지는 업주에게 준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일하던 라자(Rasa·27·스리랑카)씨는 지난해 10월 작업도중 스프링이 눈에 튀어 실명위기에 빠졌다. 외국인 상담센터의 도움으로 겨우 200만원의 보상금을 업주에게 받았다. 수술비용으로는 턱없이 모자라는 돈이다. 그는 "말이 잘 통하지 않아 손가락이 절단되거나 중상을 입고 고국으로 돌아가는 동료들이 꽤 많다"면서 "근로자들도 해고를 두려워해 부상을 숨기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최근 외국인 근로자가 크게 늘면서 이들에 대한 업주들의 인권유린, 직장을 구하지못해 범죄자로 전락하는 사례 또한 늘고 있다.
대구 외국인 노동자 상담센터에는 지난 한 해 임금체불 150여건, 작업장 폭행피해 20여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저임금과 빈번한 산업재해 등 열악한 근무환경에 놓여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8월 섬유공장에서 일하던 필리핀 근로자 라울(30)씨는 지난 2년간 업주에게 맡긴 적립금 300만원을 고스란히 떼인 채 고국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가톨릭 근로자 복지회관의 원태석 이사는 "외국인 근로자 고용업체의 상당수가 월급중 20%가량을 '이탈방지용' 명목으로 떼는 '강제적립금(꺾기)' 관행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범죄도 계속 늘어나 국제화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외국인 범죄는 97년 34건(44명), 98년 37건(62명), 99년 45건(80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이중 금품을 노린 절도는 97년 6건, 98년 21건, 99년 24건으로 늘었다.
올초 오토바이 날치기를 하다 잡힌 불법체류 베트남인 2명은 경찰조사에서 "고국에서 듣던 것보다 월급도 적고 일도 힘들어 직장을 뛰쳐나왔다"면서 "매달 고국에 돈을 부쳐야 가족들이 먹고 살기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불법체류자들이 직장도 없이 전국을 떠돌아다니다 범죄로 내몰리는 경우가 적지않다"면서 "불법체류자의 문제가 심각한 데도 사법당국이 불법체류자의 숫자나 유입경로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수년전부터 유학, 연예활동을 하기위해 국내에 들어오고 있는 러시아 여성은 대구의 경우 지난해 43명으로 99년 38명에 비해 다소 늘어났다. 이들 중 일부는 현지의 한국인 브로커에게 선금을 받고 윤락을 목적으로 입국을 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관광비자로 입국, 대구에서 화대 15만원을 받고 윤락을 한 혐의로 20대 러시아 여대생이 경찰에 잡혔고, 지난해 4월 경북 영주에서는 출장마사지를 하며 윤락을 일삼은 러시아 여성(19)이 경찰에 붙잡혀 강제 출국당했다.
또 일부 외국인근로자들은 산업연수생으로 취업시켜주겠다며 자국민을 유인한 뒤 돈을 받아 가로채는 브로커로 활동중이다. 한국인의 호적을 밀거래하는 '호적세탁'도 일부 조선족들 사이에서 은밀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대구 외국인 근로자 상담센터의 김경태 목사는 "국내업체의 근로환경에 염증을 느낀 외국인 근로자들이 쉽게 돈을 벌기 위해 범죄에 빠지거나 나중에 귀국해 '반한파'(反韓派)가 되는 경우도 적지않다"고 지적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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