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처족 475들의 이야기

입력 2001-03-09 21:13:00

70년대 초 불에 달군 연탄집게로 앞머리를 고대하던 까까머리 머슴애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소풍날 별표 전축에 맞춰 다이아몬드 춤을 멋지게 추던 떠꺼머리들, 검정 물감을 들인 '스모르' 야전 점퍼를 멋으로 입고 장발단속에 쫓겨다니며 컴컴한 음악다방에서 '러브 스토리'를 듣던 청년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주산의 마지막 세대. 컴맹의 제1세대. 부모님께 마지막으로 순종하고 처음으로 아이들을 독재자로 모시는 마처족 첫 세대 475. '475'란 나이가 40대로 70년대에 청춘을 보낸 50년대생들을 의미한다.80년대 격동기 끝무렵에 잠깐 '넥타이 부대'라는 이름으로 일부가 모습을 드러낸 뒤 좀처럼 단체행동을 취하지 않던 그들이 인터넷 사이트 '피플475닷컴'(www.people475.com)에 세월의 뒤안길을 돌아나온 중후한 아저씨, 아줌마의 모습으로 모여 목소리를 내고 있다.「475 에피소드 1-그들은 우리를 475라 부른다」(피플475닷컴 펴냄)는 사이트에 올려진 회원들의 글을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비록 신체적 연령은 40대지만 사이트에 올라온 글들만큼은 20-30대 못지 않은 열정과 재치로 팍팍 튄다.아줌마들도 낮에만 다니지 말고 네온사인 불빛 맞아가며 친구들 만나고 삶을 구가하라고 촉구하는가 하면, 채팅할 때 남의 눈치 보지 말고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주장하자는 채팅 문화를 논하기도하고, '사이버 애인' 하나 키울테니 남편(아내)한테 눈감아 달라는 애교 섞인 주문도 나온다.

쌍방향 통신이라는 특징을 지닌 인터넷 매체를 사용하다보니 올려져 있는 글에 대해 다른 회원들이 보인 반응들도 함께 편집돼 있어 475들의 사고방식을 다양하게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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