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김호득 개인전-전통수묵화 틀 깬 '바람'연작

입력 2001-03-09 14:23:00

한국화가 김호득씨는 종전의 '폭포'와 '계곡'에서 지난 97년부터 '바람'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더 한층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인 '바람'과 '빛'을 '기의 흐름','우주적 질서'로 해석해 화폭에 담아내온 일련의 작업들은 전통적 수묵화의 틀을 벗어나는 강한 실험성과 함께 동양적 사고의 깊이를 표출하고 있다.

그의 이러한 작업은 한국 현대미술의 방향 설정과 관련, 평단으로부터 하나의 전범(典範)으로 평가받고 있다.

20여점의 신작을 통해 그의 최근 3년간 작업을 보여주는 전시회가 9일부터 28일까지 대구 시공갤러리(053-426-6007)에서 열린다. '바람' 연작은 무수한 점찍기를 통해 여백을 없애면서 겹겹의 결에 의한 연속체로서 바람을 표현하고 있다. 광활한 양감이 돋보이는 화면은 호흡의 가락, 장단, 운율을 느끼게 하고 바람의 흐름을 따라 산수의 다양한 형상이 드러나게 한다.

'바람-흔들림' 연작은 한 단계 더 나아간 작품들. '바람' 연작의 점찍기 사이에 남은 그나마의 여백을 다른 점들로 찍어 채운 이 작품들은 우주의 혼돈이 나름의 자율성으로 해소되는 원리를 형상화했다.

기의 흐름이 의식 속에 스며드는 순간을 포착한 '흔들림-문득'연작은 손바닥으로 찍어나간 화면이 '바람'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한편 공간 속에 내걸려 흔들리는 화면을 통해 순간적 의식의 깨우침을 표현하고 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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