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웃기는 '아지태 논쟁'

입력 2001-03-08 00:00:00

'염불보다 잿밥에 마음이 있다'는 말은 요즘 우리 여야 정치인에 꼭 들어맞는 말인것만 같다. 실업대란에 교육붕괴, 원조교제, 취업대란, 자살사이트…등등 어느 것하나 빠꼼한것 없이 스산하지만 유독 정치권만은 어려운 현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엉뚱한 행보'가 눈에 거슬린다.

여야가 이미 내년말의 대선전을 앞두고 전초전을 벌이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당의 김중권(金重權)대표를 비롯한 H, L의원등 중진급 의원들이 뻔질나게 영남지역을 드나들며 대세잡기에 급급한가하면 영남후보 대망론을 둘러싸고 신경전 또한 치열한 양상이다. 그런 한편으로 야당인 한나라당은 '이회창대세 굳히기'에 매달려 초미의 관심사인 민생 문제는 멀찌감치 팽개친 인상이다.

누구를 위한 국회이고 누구를 위한 정치인데 이래서야 되겠는가. 이 와중에 지금 여야간에 벌어지고 있는 '아지태 논쟁'은 우리들을 한껏 웃긴다. 먼저 한나라당쪽에서 "김중권 대표는 현대판 아지태인가"라는 화두로 야당죽이기에 앞성선다며 김대표를 몰아붙이자 "민주당이 YS밑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한나라당 이 총재를 아지태라 부르면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냐"고 반격한 것이 아지태논쟁의 골자다.

이런 터수에 제3당인 민국당이 "나(아지태)에 비유된 사람은 나같지 않고 나를 비유한 쪽은 왕건 같지 않다"고 거들고 나선 가운데 중부권 출신의 이한동(李漢東)총리마저 왕건 대망론을 내세워 왕건이미지를 자신과 연결시키기에 힘을 쏟고 있다한다. 이처럼 어려운 때에 우리 정치는 기껏 쓰잘데 없는 아지태논쟁밖에 할 수 없는가 쓴 웃음을 짓게된다. 우리가 이처럼 허탈해지는 것은 틈만나면 대권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그 천박한 집권욕 때문일 것이다. 거리에 내몰리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해고 근로자들과 이 나라에 희망을 잃고 떠나는 이민자들의 그늘진 모습을 보면서도 기껏 아지태…운운하며 허송세월이나할 계제인지 성찰했으면 한다.

정치인은 때와 장소와 사람에(天時, 人和, 地利)맞춰 정치를 해야한다했다. 그리고 지금은 '왕건대망론'을 들고 나올때가 아니라 풍전등화같은 조국의 진운을 위해 노심초사하던 충무공 이순신 대망론을 들고 나올 때임을 충고하고 싶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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