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의제

입력 2001-03-07 16:01:00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간의 한.미 정상회담이 8일 새벽(한국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양국 정상이 대면,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 대북(對北)정책, 통상문제 등 양국간 주요 관심사를 논의한다는 점에서 향후 양국관계와 한반도 정세 흐름에 중대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북정책 등 우리의 국익과 직결된 현안에 대한 미국측의 입장이 아직 불투명한데다 미국의 NMD(국가미사일 방어) 체제, 북.미 제네바 합의 이행 등 한미간에 조율해야 할 사안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김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간 전통적인 동맹관계를 재확인하고 상호신뢰를 구축하는 기회를 갖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통령은 6일 출국인사말에서 "한.미 정상회담은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중요한 회담"이라며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확고한 한.미 동맹관계를 거듭 확인할 것"이라고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의미를 설명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도 7일 "김 대통령이 아시아 국가의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것 자체가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를 단적으로 말해주는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한.미간에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는 대북정책을 조율하는데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김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의 대좌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 화해.협력 정책의 성과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미국측의 적극적인 지지를 요청할 것이라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김 대통령이 콜린 파월 국무,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등 미 행정부 외교.안보팀을 직접 만나는 것도 우리의 대북정책에 대한 미국측의 '공조' 의사를 확인하기 위한 포석임은 물론이다.

이같은 '대북공조'에 대한 합의를 토대로 김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문제도 심도있게 거론, 김 위원장의 답방을 위한 국제환경을 유리하게 조성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부시 대통령은 대북 화해.협력정책의 기조는 유지하되 대북정책이 북한측의 변화를 전제로 한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북정책의 '속도조절'을 요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김 대통령은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는 식의 철저한 상호주의'가 아니라 '북한의 변화를 지원.유도하기 위한 신축적인 상호주의'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나아가 미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설명함으로써 양국간 대북정책 기조에 대한 조율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북정책 논의와 맞물려 미국의 NMD(국가미사일 방어) 체제, 북.미 제네바 합의, 북한의 재래식무기 감축 문제 등도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대통령은 NMD 문제에 대해선 '새로운 안보상황에서 새로운 접근방법을 추구하려는 미국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수준의 언급을 함으로써 미국측의 '불필요한 오해'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간에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하기보다는 동맹관계를 재확인하고 대북정책을 양국간 현안에 대해 '큰 틀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무게가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김 대통령도 지난 5일 민주당 지도부로부터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미국 방문은 합의보다는 얼굴을 맞대고 서로의 입장과 견해를 충분히 나누는 이른바 '스킨십'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아울러 통상문제도 정상회담 의제에 포함될 것이지만 포괄적, 원론적인 수준의 논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투자협정 체결, 현대전자 회사채 신속인수 문제, 지적재산권 보호, 자동차.철강 교역문제 등 양국간 통상현안이 적지 않지만 두나라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이첫 대좌인 만큼 상호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데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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