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교제 천태만상...전염병보다 무섭다

입력 2001-03-07 12:03:00

"원조교제가 전염성을 띠며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어요. 한달만에 32명을 단속했으니 집중적으로 수사를 하면 수백명도 단속이 가능합니다. 단속도 중요하지만 사회 전체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해요"

원조교제 수사를 맡은 대구지검 형사1부 김부식 부부장검사는 "수사 과정에서 원조교제의 다양한 양태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번에 단속된 여중·고생 12명은 대부분 결손가정 출신. 가족들도 '버린 자식' 취급을 한 경우가 많아 검찰의 자녀 인계 요청에도 응하지 않은 부모도 적지 않았다.

10대들은 원조교제를 직업처럼 여기며 한차례에 보통 10~15만원을 받고 용돈을 벌어 썼으며 PC방 사용료나 단돈 2~3만원에도 몸을 던진 경우도 있었다. 가출한 윤모(18)양은 PC방에서 새우잠을 자기보다 단지 편안한 여관이나 호텔이 좋다는 이유로 돈을 받지 않고 성관계를 갖기도 했다.

이번 수사에서 지극히 정상적인 가정의 자녀들도 원조교제의 유혹에 빠져들고 있다는 심각성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전교 수석을 다툴 정도로 성적이 우수한 여중생 박모(13)양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박양은 아버지가 사업을 하다 실패해 부도를 낸 뒤 친구의 소개로 원조교제에 발을 들여 몸과 마음을 망쳤다.

원조교제 확산의 한 원인은 친구가 친구를 소개하는 강한 전염성. 이번 검찰 수사에서 10대들은 혼자 원조교제에 나선 경우는 없고 2~4명씩 짝을 지어 성인들을 만났다.

더구나 인적사항 공개를 포함한 당국의 원조교제 처벌 강화에도 꿈쩍않는 철없는 성인들의 망나니짓이 제일 큰 원인이다. 보험설계사 김모(26.구속)씨는 여고생 이모(16) 김모(16)양의 PC방 사용료 4만원을 대납하고 이양과 성관계를 가진뒤 동료 이모(26.불구속) 강모(26.불구속)씨에게 이양과 김양을 각각 소개해 원조교제토록 했다.

검찰은 사회악으로 번지고 있는 원조교제를 막기위해서는 여관과 PC방, 인터넷 채팅사이트에 대한 지속적 단속 등 종합대책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 급증한 여관은 10대 청소년을 가리지 않고 있고, PC방은 밤10시~오전 9시에는 연소자의 출입을 제한토록 하고 있으나 이를 지키는 곳은 거의 없다.

또 이번 수사 대상이었던 인터넷 채팅사이트 세이클럽의 경우 동시접속인원이 최대 8만명에 이르며 그중 상당수가 19세 미만의 청소년인 데도 음란·불건전 대화방에 대한 별다른 제약이 없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