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집 앞을 지나가는 부처님에게 한 바라문이 호통을 쳤다. "비렁뱅이 까까 중아, 게 섰거라! 천한 놈아, 게 섰거라!"
부처님이 섰다. "바라문, 당신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 천한 지 알기나 하시오? 무엇이 사람을 천하게 만드는지 알고 있소?" 부처님은 어떤 자들이 정말 천한 인간인지 찬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익이나 재물을 탐 내 거짓 증언하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재물이 풍족하면서도 부모를 섬기지 않는 사람이 천민이오. 손님을 예의로써 대하지 않는 사람, 걸식하는 사람을 거짓으로 속이는 사람을 천하게 아시오.
◈못난 사람들의 천한 행동
자기를 칭찬하고 남을 헐뜯으며 스스로의 교만 때문에 비겁해진 사람, 그런 사람을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남의 미덕을 덮고 모함하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독재자가 천한 사람이오. 욕심이 많아 남을 해롭게 하고 나쁜 야심을 지녀 인색한 사람, 덕은 없이 존경만 받으려 하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 그런 자를 천한 사람이라고 아시오.
날 때부터 천한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니오. 태어나면서부터 바라문이 되는 것도 아니오. 오로지 그 행동에 따라 천한 사람도 되고 바라문도 되는 것이오".
기자도 이 천민의 범주 안에 있으리라 늘 되살피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천한 자에게는 천한 자가 또 잘 눈에 띄는지, 길거리 다니기에 눈이 시다. 한참 뒤에서 과속으로 달리던 다른 차로의 승용차가 앞선 차 앞으로 휙 막아 든다. 그러고는 마치 제가 운전을 잘해서 승리라도 했다는 듯 창 밖으로 담배 꽁초를 휙 집어 던진다. 그러고는 같은 짓을 또 하러 다른 차를 쫓아 달린다.
조그만 집단에서마저 천한 일들이 잇따른다. 중요한 자리를 맡겨 놨더니 으스대라 그러는 줄 착각했던지, 아주 왕 같이 행세하고 엉뚱한 짓까지 하려 든다. 재가 거름 돼 집단을 살찌우려 해야 도리인데도, 집단을 거름 삼아 재가 살찌려 하는 것이다.
◈나라 망치는 원흉
'완장'이라는 이름의 소설이 문득 생각난다. 어느 미국 책엔가에 실렸던 '왕이 된 줄 착각했던 사람'(The man who would be king)이라는 글도 그렇다. 그러나 그는 결국 천시 당했던 민중들에 의해 맞아 죽었었지, 아마?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가 이리도 못났더란 말인가? 도대체 부끄러움을 모른다.
며칠 전이 3.1절이었다. 그 날을 넘기면서, "옛날 그런 일이 있었다더라"는 식으로 제쳐 놓고 하루 노는 날로만 여겨 확 풀려 있던 사람들을 만났었다. 그 날을 그렇게 지내도 되도록 놔둬서 될 것인지 부아가 치밀었다. 7천명 이상이 목숨을 바쳤던 날 아니던가? 정말 풀어 헤치고 놀고만 보내도 될 날이던가?
그 사무치던 정신이 왜 지금에 맞게 다듬어져 다시 가르쳐지지 않는지 속 좁은 기자는 못내 답답하다. 학생들에게도 이날에야 말로 더 엄숙한 마음으로 등교토록 해 선조들의 뜻을 되읽게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나라 잃었던 처참함을 다시 새기고, 그 희생을 발전시켜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지 토론하고 참구토록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모르긴 해도, '천한 사람'이 되지 않게 자기를 다잡도록만 해도 3.1절의 혼령들에 거의 보답하는 일이 되지 아닐까 싶다. 누구 없이 정치인들 욕이나 해 대는 것이 세태이지만, 돌이켜 보면 못잖게 천한 자가 바로 나 자신이고 내 이웃들일 수도 있는 것이다.
◈스스로 다잡는 노력 필요
일본은 교과서를 거짓으로 써서라도 제 자존심 못세워 안달인데, 왜 우리는 지금도 이러고 있는 것일까? 어른들 세상의 영혼이 썩어 그저 어느 대학 나왔느냐는 것이나 따지고, 그에 공차 타서 대학들은 하는 일 없이 수업료나 챙기며, 고등학교라는 곳들은 도리 없다며 그저 대학입시가 어쩌니 하고만 있는 현실, 그래서 정말 필요한 것이 가르쳐지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3.1절 아침, 그때까지도 어느 고등학교 입구에 걸려 있던 플래카드가 기자의 가슴을 쓰리게 했다. "누구 누구 서울대 합격 축하". 서울대 못들어간 졸업생은 생각도 않은 처사, 서울대 들어갈 가망 없는 아이들 쯤이야 마음을 다치든 말든 상관 없다는 식의 그런 풍경.
앞다퉈 이민 떠날 궁리한다는 사람들이 이해 되고도 남는다. 이러고 있어서는, 내년 3.1절도 우리는 너나 없이 흐트러져 보내고, 일본은 교과서를 더 모질게 고치려 달려들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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